【 월평빌라 이야기 스물네 번째 】자취, 집보다 사람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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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평빌라 이야기 스물네 번째 】자취, 집보다 사람 2편
  • 한들신문
  • 승인 2020.06.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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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강자영(가명) 아주머니가 시설 바깥에서 자취합니다. 아주머니는 어릴 때부터 시설에 살았습니다. 그 세월이 오십 년입니다. 2015년 백 씨 아저씨가 자취한 후로 나가 살겠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백 씨 아저씨가 동기였지만, 자취의 발판은 아주머니 둘레 사람입니다.

아주머니는 신발 가게에서 일합니다. 미용실은 퇴근길에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아주머니 사랑방입니다. 오후에는 마을회관 한글 교실에 가고, 이사 올 때부터 다닌 교회는 칠 년째입니다. 직업, 신앙, 취미, 미용……. 아주머니 일상을 함께하고 돕는 사람들, 이 사람들과 아주머니 자취를 의논하며, 자취를 거들고 돕게 할 겁니다. 자취 후의 삶도 그럴 겁니다. (1편 줄거리)

죽전 동사무소 근처에 방이 나왔습니다. 집주인 할머니가 본채에 살고, 아래채가 나왔습니다. 깔끔했습니다. “도배했네요, 텔레비전은 없네요, 빨래는 어디 널어요?” 아주머니가 나서서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싱크대 문을 열어 보고 옥상 가서 빨랫대를 확인했습니다. 다른 집을 볼 때와 달랐습니다.

방세를 깎아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 한 달 살아 보고 계약하겠다니 안 된다, 오십 평생에 처음 자취하는 형편을 설명했지만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집주인 처지를 이해합니다. 주인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에 월평빌라 입주자가 있어 아주머니 형편을 짐작한다고 했습니다. 잘됐다 싶어서 아주머니 형편을 다시 설명하고, 아주머니 살림을 가끔 봐주실 수 있는지 부탁했습니다.

그런 거야 내가 하지. 국 끓이면 한 그릇 줄 수 있고, 김치 담그면 줄 수도 있지.”

방세는 못 깎아줘도 인정은 나눌 수 있다는 거죠. 아주머니 마음에 들고 주인 할머니 인정 넘치니 바로 계약했습니다. 비로소 오십 년 만에 만났습니다.

이사할 날이 촉박했습니다. , 이불, 세간 몇 가지를 챙기고, 텔레비전, 냉장고 같은 가전은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살림은 미용실 원장님에게 부탁하자 하니, 아주머니가 좋다고 합니다. 간식 푸짐하게 사서 김정숙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원장님, 나 이사 가요.” 아주머니는 문 열기 바쁘게 소식을 전했습니다. 직원이 자초지종 설명하고 살림 장만을 부탁했습니다. 어렵사리 부탁했는데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시집가고 독립할 때 대비해 아껴 쓰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 돈으로 이것저것 둘러보며 골랐습니다. 미용실 원장님이 아주머니에게 묻고 권하며 매장을 둘러봤습니다.

이삿짐 옮길 차가 필요하고 도와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이사는 목사님과 의논하자 하니, 아주머니가 좋다고 합니다. 집 구한 소식을 전하고 축하받았습니다. 목사님은 일정이 있어 안 되고 다른 성도에게 부탁하겠노라 했습니다.

이사 전날, 계약서를 썼습니다. 한글 교실에서 배운 실력을 제대로 써먹었습니다. 아주머니가 보증금을 건네고 내 집이라 했습니다. 그럼요, 아주머니 집이죠.

부엌살림은, 작년 설에 집으로 초대해 주셨던 김 권사님에게 부탁했습니다. 딸 소식처럼 반겼고, 남편 간호하느라 어렵다며 미안해했습니다. 소식하고 축하받은 것만도 기쁩니다. 여 집사님에게 연락했더니,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왔습니다. 뒤늦게 김 권사님도 남편 간호 잠시 놓고 나왔습니다. 시장 한 바퀴 돌았더니 살림이 제법 많네요. 여 집사님 남편 트럭에 부엌살림을 실었습니다.

201641일 만우절, 오십 년 만에 아주머니가 자취합니다. 전자제품 설치하느라 분주하고, 교회 집사님이 월평빌라에서 이삿짐을 싣고 오고, 직원과 아주머니는 방을 정리했습니다. 이런저런 손길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손이 귀합니다.

이삿짐 정리하고 첫날 첫 끼, 저녁 장을 봤습니다. 여태 가던 마트, 여태 보던 장, 쌀 한 톨, 밥 냄새, 밥솥 수증기…….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는데 모든 게 새로웠을 겁니다.

집주인 할머니가 외출했다 들어오는 길에 방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안 갔네?”

직원을 보고 말했습니다. 주인 할머니 말이 분명하네요. 아주머니 집이라는 말이죠.

이제 가려고 합니다. 한 번씩 들여다봐 주세요.”

그런 것은 걱정 말아.”

자취, 집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집보다 사람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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