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시대는 농민의 절박성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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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시대는 농민의 절박성을 담아야 한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7.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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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규(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
김훈규 사무국장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이 풀렸을 때, 가뭄에 단비 맞듯 반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의아한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다. 마을의 어르신은 그것의 사용처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셨거니와 더 집요하게 물어오는 것은 그것을 쓰는 기간에 대한 질문이었다. 돈을 주고 왜 그렇게 급하게 다 써라 하느냐, 굳이 쓸 일이 없는 사람들도 써야 하느냐, 필요하면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주면 안 되느냐 등의 질문도 오갔다. 면단위에 거주하는 고령의 농민들은 특히 이런 식으로 받는 것도 익숙치 않았을 뿐더러, 받은 지원금을 특정의 장소와 정해진 시일까지 사용해야 하는 것은 더더욱 익숙하지 않았다. 특수한 상황, 국가가 처한 재난상황, 전 국민이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또 나누어야 할 고통의 분담, 이것에 맞춰 지급된 최초의 재난지원금의 쓰임새와 관련해서 설명하고 심지어 빨리 써시라고 설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급기야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어야 하느냐 마느냐 등의 공론이 오가는 시점이 도래했고, 여하튼 코로나19로 인한 문명사적 전환이 도처에 일어나고 있으며, 연계된 각종 정책과 시스템은 재구조화, 뉴딜 등의 언급에 이르렀다. 대응의 속도도 빨라졌고 영역의 구분 없이 협치를 통한 위기극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와중에 농촌의 농민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청정한 곳이려니 했던 우리의 지역이자 마을이었는데, 한 곳이라도 터지기 시작하자 그간 가장 소중하다고 여긴 공동체 공간은 폐쇄와 함께 이웃 마을 간의 왕래도 쉬 허용되지 않는 격리와 통제의 상황이 펼쳐졌다. 수십 억 들여서 만들어놓은 개발사업의 흔적인 각종 커뮤니티 공간, 주민생활 복합공간은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다.

다소 조용해지고 일상을 되찾을 즈음, 들녘에 나간 농민들은 그야말로 날벼락과 같은 우박을 맞았다. 지난 봄 동상해에 그 상흔이 컸던, 아니 내리 3년 간 똑같은 자연재해에 피해를 보던 농민들이 올해 당면한 절망감은 최악이었다. 재난이 일상이 되었고, 일상이 재난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농민들이 농사를 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까짓 농산물 외국에서 전부다 수입해 먹고 말자, 차라리 대기업이 농업을 경영하고 기존의 농민들은 농업노동자로 살면서 월급이나 받으면서 농사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들리곤 한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리 되어서도 안되는 일인 것을 알기에 현장농민들의 푸념은 농도가 더 짙어진다.

45백여 명의 농민들과 주민들이 서명을 받아서 2019년도 12월 경상남도에 제출한 농민수당에 대한 조례안이 6개월 만인 618일 도의회를 통과했고, 그 구체적 시행시기와 지급대상에 대한 격론이 오고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급한 농민들의 처지에 대해 경상남도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김경수도지사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공익형직불제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통한 소농, 고령농 등의 농업소득의 변화 추이를 보자하고 있다. 재배면적 0.5헥타르 미만의 소농가에게 매년 120만원 정도의 직불금이 지급되는 것을 감안하면서, 중앙정부가 전체 농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기본소득이든 수당은 앞으로 필요한 것이니 혹시라도 긴급하게 투입해야 할 취약계층(소농, 고령농 등)에는 지방정부가 보완하여 지급하는 것이 어떤가를 고민하자 제시했다.

물론 다수의 농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농민수당이란 시장에서 배제된 농업의 공익적 기여분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고 한다. 농민수당을 좀 더 정확히 규정한다면 농업을 통해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농민에 대한 사회적 보상으로 규정한다. ‘공익형직불제는 농사규모에 따른 배당으로 설계되는 농업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보상 체계다. 그러면서 기초직불이라는 이름으로 0.5헥타르 미만 경작 농민에게 월 10만원 전후의 금액을 보장하는 인적 배당을 포함하고 있다. ‘농지의 면적에 비례해서(상세하게 들어가면 계산방식 등의 복잡성이 존재하지만) 보상해 주는 현재 정부 정책으로 시행 중인 공익형직불제와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보편적으로 주자는 농민의 요구에 기반한 농민수당의 개념이 여러 곳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농민수당을 농업을 통해 공익적 기여를 하는 농민에 대한 배당’, 다시 말해 농민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가치에 대한 사회적 배당으로 이해하고, 공익형직불제의 인적 배당부분인 기초직불을 합쳐서 농민수당+기초직불=농민기본소득으로 규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견해도 있다.

시대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진보 보수를 넘나드는 의제가 되었다. 아울러 농민수당도 어디가 원조니, 누구의 입장이 맞느니 하는 초보적인 논쟁을 벗어나서 농업계 전체가 당당하게 공익적 기여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실험대이기도 하고 농민기본소득을 넘어 전국민 기본소득 실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견인하는 발판이기도 하다.

경상남도 농어업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농민수당조례 주민발의를 함께 한 단체, 경남의 연구자와 도의회, 행정이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서 미완의 조례이자 김경수도정 첫 주민발의조례를 완성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농민들의 삶의 절박함을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통해서 담아내고 실현시켜 나가는데 있어, 기존의 틀을 깨고 민관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당면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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