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4)「고구마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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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4)「고구마구마」
  • 한들신문
  • 승인 2020.07.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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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박은주
사이다 글/그림반달2017.02
사이다 글/그림   반달   2017.02

 

당당한 고구마들이구마!

어쩌다 차린 밥상에 사람들이 모였다. 후식으로 내놓은 차에, 불에서 방금 나온 고구마가 배불림도 잊은 채 손에 쥐어졌다.

, 이 고구마 정말 맛나네, 어떻게 구웠기에 맛이 좋지? 비법이 뭐야?”

감자와 고구마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나는 고구마다. 이 하찮은 선택을 물어보아 같은 답을 얻으면 내 편을 얻은 것 마냥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군고구마 하나를 건네기도 한다.

작년,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이 누군가 내어준 밭을 주말농장으로 일구었다. 조그마한 텃밭을 나누었다. 푸성귀도 심고, 옥수수와 고구마도 심었다. 제일 손이 덜 가는 작물이 고구마라고 해서 이 밭 저 밭, 고구마를 심었는데 이랑을 돋아주고 거두기까지 발품이며 정성을 들여야 했다. 가뭄 끝에 타들어 가는 잎을 보며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라는 의미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필명이 사이다인 그녀의 두 번째 책 고구마구마는 고구마에 관한 책을 찾다가 알게 된 그림책이다. 고구마와 관련된 책은 농사법이나 유치원 아이들의 소재거리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인데 고구마에 관한 것도 이렇게 재미를 줄 수 있구나입가에 웃음을 주던 책이다. 고구마의 생김새와 맛으로 내용이 채워졌는데 재미와 개성이 더해져 참신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고구마의 생김새다. 마트에서도 볼 수 없는 제각각인 고구마는

당장이라도 열어보구마싶게 한다.

고구마 잎으로 뒤덮인 면지는 책의 호감도와 완성도를 구성하는 데 중요하다. 고구마 순이 이랑을 덮고 두둑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고구마가 많이 자란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 잡힌 고구마는 여러 모양으로 딸려오며 세상살이를 시작한다. 인사라도 하듯,

고구마는 둥글구마’, ‘고구마는 길쭉하구마’, ‘고구마는 크구마’, ‘고구마는 작구마’. 모두 ‘~구마발칙한 상상력으로 말을 건넨다. 그런데, 고구마를 심어본 나로서는 풍성히 딸려 오는 고구마를 거두어 본 적이 없다. 서투른 손으로 캘 때마다 호미에 찍힌 고구마였다. 길쭉한 고구마는 반 동강 나기 쉬워서, 고고학자가 유물을 다루듯 조심조심 흙을 걷어내야만 완전한 제 모습을 보여준다.

화면 가득 채운 큰 고구마를 캐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와 이렇게 큰 고구마라니!’, ‘무슨 고구마가 너 머리보다 크다라며 농사의 기쁨을 맛본다. 크기에 의미를 가져 보지만 이 책에서는 잘리는 아팠겠구마의 대상이 된다.

허리 굽은 고구마, 배 불룩 고구마, 털이 숭숭 난 고구마, 험상궂은 고구마, 참 다르게 생겼어도 고구마로서 당당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 자신감이 못 생겨도 맛나구마장으로 연결되며 고구마의 인기가 절정인 맛으로 승부를 가름하는데, 그림을 볼 때마다 찐 고구마의 냄새가 스치고, 군고구마의 냄새가 스치고, “역시 고구마는 바삭한 튀김이 최고지?” 은근슬쩍 맞장구를 칠 수 있다. 못생긴 고구마들의 눈이라도 마주치면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쏟아지는 언어의 마술쇼다.

못생겨도 맛나구마! 신나구마, 시작해 보구마!’ 요리로 승부를 매길 듯한 고구마들은 찐 고구마, 군고구마, 튀긴 고구마로 여전히 먹는 대상을 즐겁게 한다. 시끌시끌 고구마 잔치가 무르익을 즈음, 배가 빵빵한 큰 고구마가 심상치 않다. 속이 불편한 듯, 찡그린 얼굴을 보는 절묘한 타이밍에 방귀라는 독가스를 내뱉는다. 쓰러져있는 고구마들의 생생한 표현은 더하여 웃음과 심각한 아스라함을 갖게 한다. 덕분에 배가 편안해진 큰 고구마의 능청스러움에 물에 빠진 작구마의 운명은 어찌 되는가? 물속에 퐁당 빠진 채로 끝이구마~’했지만 작고 눈에도 안 띄던 작구마가 싹을 틔우며 고구마의 한살이를 다시금 연결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전해준다. 마지막 등장하는 장면은 예측 가능한 반전으로 충분히 유쾌하다.

못생기고 삐뚤어져도 다양한 쓰임에 사용되는 고구마. 다른 생김새로 이 세상에서 취급되지만 크기와 상관없이 너는 참 소중하구마를 일깨워주는 사이다 작가의 진솔함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여행길이 곧 맛집을 다녀오는 시대이다. 인기 장소로 소개되는 식문화 시대에도 추운 겨울, 눈 내리는 밤이면 어김없이 군고구마를 제일 좋아하는 나는, 춘궁기에 고구마 밥으로, 고구마 떡으로, 김치로, 나물로 버릴 것이 없이 우리네 밥상에 오르던 고구마를 떠올리며 오늘 고구마순 한 단 사서 비벼 먹을 생각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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