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시골에도 월세로 살 수 있는 집이 많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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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시골에도 월세로 살 수 있는 집이 많았다면...
  • 한들신문
  • 승인 2020.08.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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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고재천
귀농인 고재천

8월 둘째 동안 여기 우리 동네 웅양에 도시에서 온 열여섯 가족이 일주일을 머물다 갔다. 곰내미 체험 마을에서 진행하는 1주일 살기에 신청한 가족들이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선착순으로 끊은 것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는 웅양에 무엇을 보러 왔을까 생각했는데 아내 말로는 코로나로 갑갑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낸 부모들이 그냥 1주일 시골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한다.

심상치 않았던 폭우, 긴 장마 기간과 겹쳐 처음 이틀은 숙소에만 머무르며 보냈는데도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놀거나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며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갑갑한 아파트, 빼곡한 차들을 보며 일상을 보내던 아이들이 너른 들과 푸른 산들을 마주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부모들도 하루 세 끼, 누가 해주는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니 이들에게 정말 좋은 시간이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일상이 완전히 바뀐 후에 부쩍 시골을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아직 아이들이 1주일에 한 번 등교하고 있고, 부산만 해도 격주나 격일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가 다니는 웅양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고,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산촌 유학을 오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졌다. 당장 내년에 새롭게 입학할 유치원생들이 없어서 유치원 운영이 될까 걱정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나 이들 대부분이 도시처럼 전세나 월세로 머물 수 있는 집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을 접는 실정이다. 가깝게 지내던 한 집은 집을 지어서라도 내려오려고 땅을 알아보았는데, 좋은 땅을 구하기도 힘들고, 집을 짓는 것도 여러 모로 쉽지 않았다. 이렇게 민간 부분에서 많은 관심과 활동을 하고 있으나, 관에서는 주의 깊게 보지 않는 듯하다.

우리 면도, 거창군도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외부 인구 유치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는 알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만 하다. 면 단위에 월세로라도 머물 수 있는 깨끗한 집만 마련된다면 아이들을 시골 학교에 보내기 위해 내려 올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막상 군에서는 아직 잘 모르는 듯하다. 실제로 시골학교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많은 지자체가 시골 학교에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집을 제공하고 있고, 대부분의 학교가 인구 유치에 성공을 했을 뿐 아니라 경쟁률이 무척 치열했던 것으로 안다. 우리 군도 보여 주기식 인구 정책에 예산을 쏟을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시골 학교에 들어오고자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위해 돈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것이 죽어가는 면단위 학교를 살리고 나아가 쇠락해가는 면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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