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속 성장하고 싶다
상태바
나는 계속 성장하고 싶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9.18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뿌에블로 젤라또 전효민
2015. 5 에콰도르 키토 0도 선 앞
2015. 5 에콰도르 키토 0도 선 앞

에콰도르 적도에서 계란 세우는 일을 소재로 다섯 시간이나 복닥복닥 씨름했습니다. 계란 세우기에 도전한 네 명 중 무궁 씨를 포함한 세 명은 너무나 쉽게 세우는데 제 계란은 자꾸 넘어져요.?

 계란 넘어질 때마다?내 마음도 아쿠 아쿠. 계란 못 세워도 괜찮고 여전히 나는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인데 계란 못 세우니?나는 다 못하는 사람이라며?자꾸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며 괴로워했습니다.?내 손은 계란도 못 세우는 쓸모없는 손이라며 짜증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땡볕 다섯 시간이 흘러?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저의 찌질한 최후는 길거리 다툼. 어휴 오히려 다투고 나니 정신이 좀 돌아와요. 다툴 때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며.^^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겨서 좋은 날을 망치나’ 원망하는 마음 대신 오늘과 같은 일을 또 겪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놀랍니다. 이다음에 겪게 된다면?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 상황을 마주할까 지금과는 다를 테고 더 성장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웃었습니다.

 부분의 경험으로 전체를 정의하는 일은 앞으로도 이따금씩 저를 괴롭히겠지만 오늘과는 다르게 겪어 낼 거에요. 그로써 더 단련하고 연단할 거에요. 저는 그렇게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성장해나갈 저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겪고 있는, 겪어 갈 일들이 고맙습니다. 요놈들아 와라! 와서 나의 성장을 증명해다오~ 얼굴은 익고 무릎은 멍들며 공부합니다. 힛!

2015. 5 에콰도르 키토


아르헨티나-볼리비아-페루를 거쳐 에콰도르에 왔습니다. 그 유명한 적도가 있는 곳이지요.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0도 선이 있는 곳에선 계란을 못 위에 세울 수 있습니다. 신기하지요. 거저 되는 건 아니고 계란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손으로 어떤 감각을 찾아 잘 세워 살살 놓아야 하는데 이걸 무궁 씨는 쉽게 했고 저는 어려웠습니다. 날은 덥고, 요 신기한 걸 해보고 싶은데 잘 안돼서 속이 엄청 끓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요.

유치하고 부끄럽지만 이것도 하나 못하는바보가 된 기분이 저를 못 견디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와 견주어 지금 얼마나 성장했는가 모르겠습니다. 다만 경험이 있으니, 여전히 그런 마음에 언제든지 사로잡힐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안고 제 마음을 잘 돌보아야겠습니다. 2020. 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