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고 잘 배우는 주상초등학교 어린이의 일상을 [작은학교 이야기]에서 나눌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주상초는 경남형 혁신학교(행복학교) 4년차이며, 자율과 협력으로 교육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행복학교를 꿈꿉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마을주민이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행복학교 철학을 바탕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아이의 마음을 키우고, 신나게 놀며, 즐겁게 공부하고, 서로 어울려 지내는 작은 학교 이야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주상초등학교장 송성동 드림-
5학년의 신박한 교실 정리
전문적학습공동체에서 공간혁신을 주제로 공부하고, 우리 교실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 개학하고 며칠 뒤, 아이들에게 교실을 우리 뜻대로 바꾸어보자고 제안했다.
“왜 그래야 해요?”
“지금도 괜찮은데..”
“교실을 우리가 원하는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거야. 우리가 무얼 원하고, 거기에 맞추어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 적은 없잖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고, 각자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어 이야기 나누며 정리했다.
첫째, 우리는 교실에서 무엇을 하며, 무엇을 하고 싶나? 공부 외에 쉬고, 놀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둘째, 불편하고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의자가 딱딱해서 불편하다.
셋째, 우리가 원하는 교실은 어떤 곳이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실에서 빼고, 옮기고, 더해야 할 것을 찾아보자.
교실에서 빼야 할 것을 찾다가 작년 4학년 교실에서 가져온 탁자에서 의견이 둘로 나뉘었다.
“왔다 갔다 할 때 걸려요. 불편해서 빼고 싶어요.”
“그래도 추억이 있는데...”
작년 선생님과 함께 공부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는 아이도 있었으나, 결국 큰 탁자는 빼기로 했다. 차탁을 놓아 차 마시는 공간을 만들고, 편하게 쉴 수 있는 3단 매트를 더하기로 했다. 교실 공간 디자인은 다음 날 학급 다모임 시간에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호준(가명)이가 교실에 들어오면서 말했다.
“교실을 어떻게 바꿀지 집에서 생각했어요. 제 머릿속에 다 있어요. 완벽해요.”
호준(가명)이는 어제 줄곧 의견을 내지 않고 골똘히 생각만 하더니, 지난밤에 고심을 했나 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차 있었다.
“우리 사물함을 여기로 옮겨서 차를 마시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나누는 거야. 큰 사물함을 여기 사물함 쪽으로 옮기고 빈 곳에 탁자를 옮기면 재활용할 수 있어.”
추억이 있는 탁자 빼는 것을 아쉬워하더니 기어이 탁자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이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오! 좋은데. 선생님, 우리 호준(가명)이 말대로 해 봐요.”
사물함부터 옮겼다. 책꽂이를 치우고 아이들과 힘을 합쳐 사물함을 교실 뒤쪽 가운데로 옮겼다. 큰 사물함은 안에 있던 물건을 먼저 빼고 옮겨야 해서 시간이 걸렸다. 무거운 사물함을 옮길 때는 훨씬 더 힘들었다. 큰 사물함이 빠져나간 창가에 탁자를 놓았다.
“와! 이게 생각대로 되네요.”
“힘들게 청소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재미있어요.”
“너희들이 물건을 밀어. 난 청소할게.”
공기 청정기, 책꽂이, 휴지통, 청소기 자리도 서로 의견을 나누며 정했다. 교실이 훨씬 넓고 깨끗해졌다. 아이들도 뿌듯하고 좋다고 했다. (2020.8.2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