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쓰레기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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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쓰레기 배출
  • 한들신문
  • 승인 2020.10.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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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귀농인 백상하

겨울이 다가온다. 해마다 겨울이면 매번 겪는 것이 노인들이 쓰레기를 태우다가 실화로 이어져 많은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곳 거창도 마찬가지다. 겨울에 불이 나는 이유 대부분이 노인들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는 지금부터 어르신들이 쓰레기를 태우신다. 아니, 예전부터 태워 왔지만 해가 빨리 떨어지다 보니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눈에 더 잘 띄어서 그런 것일 게다. 특히나 스티로폼 같은 것을 태우는 날은 온 동네가 시꺼먼 연기로 뒤덮인다. 그런 것들을 태워도 아무도 말리거나 제지를 하지 않는다. 못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다 태우다 보니 배출되는 쓰레기는 얼마 없다. 음식물 쓰레기도 퇴비로 활용되거나 논밭에 버려지니 더더욱 배출되는 쓰레기는 더 줄어든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이제 만 4년이 지나간다. 예전 위천면에서 살 때도 제일 곤란을 겪은 게 쓰레기 배출 문제였다. 동네에 쓰레기가 안 나오다 보니 쓰레기 수거하는 차가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이곳저곳 물어보니 면사무소 근처 도로 길가에 두면 된다기에 거기에 두러 갔더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왜 마을에서 배출을 하지 않고 남의 마을에 쓰레기를 버리러 온다고 야단이다. 어쩔 수 없이 몰래몰래 남들 눈을 피해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면사무소에 문의를 해도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그냥 남들 버리는 곳에 같이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웅양면에 이사 온 뒤에 제일 먼저 알아본 것이 쓰레기 배출 장소였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농협 맞은편 길가에 내놓으면 쓰레기 수거 차량이 모두 수거해 간다고 했다. 4년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난 몇 주 전에 평상시와 다름없이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니 동네 어른 한분께서 언성을 높이셨다. 이곳이 쓰레기 버리는 곳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시면서 현수막도 보지 않냐면서 나무라시는 거다. 현수막에는 불법 쓰레기를 투기하지 말자는 내용이 있었지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문구는 없었다. 나도 발끈해서 같이 언성을 높이면서 그러면 쓰레기를 어디다 버리느냐고 따지니 새로 만든 쓰레기 배출 장소가 만들어졌다면서 날더러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따졌다. 난 금시초문이었다. 새로이 배출장소를 만들었으면 주민들에게 홍보를 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에게 그런 것을 알려 주지 않았다.

잠시 뒤 그곳에 가보니 새롭게 배출 장소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거기에 또 타 지역 사람이 쓰레기를 배출할 경우 제재를 가한다는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그다음 주에 드디어 맘 편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겠다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갔는데, 할머니 한 분이 내가 그곳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뭐라 하시는 거다. 날더러 지역 주민이 아닌데 왜 쓰레기를 버리러 왔냐는 거다. 환장할 노릇이다. 나 역시 이곳 마을 주민이지만 그 할머니는 내가 타지 사람이라고 오해를 하셨고 결국 이장한테 전화하고 나서야 오해가 풀리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갈 수 있었다.

쓰레기 버리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쓰레기 배출 장소가 새로 만들어지면 홍보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정상 아닌가? 간단하게 문자로 내용을 알려주면 되는데 그게 되질 않는다. 면사무소에서 정보 전달이 힘들 것 같으면 이장, 반장을 통해서 홍보를 해야 하는데 노인들이 많이 사신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홍보는 항상 뒷전이다. 노인들은 나름 동네 네트워크에는 빠르신 분들이라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마을에는 우리 같은 귀농자도 꽤나 많이 살고 있다. 그 네트워크에서 소외되어 있는 귀농자는 이곳 마을 주민이 아닌가? 보다 합리적인 정보 유통 구조가 빨리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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