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빌라 이야기 서른세 번째]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1)
상태바
[월평빌라 이야기 서른세 번째]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1)
  • 한들신문
  • 승인 2020.11.02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평빌라

인성이 목욕은 이렇게 지원한다. 직원이 인성이를 휠체어에 앉히면 인성이는 혼자 힘으로 샤워실까지 온다. 방에서 샤워실까지 10미터, 십 분 정도 걸린다. 그동안 직원은 갈아입을 옷과 수건, 목욕용품을 챙기고, 욕실 바닥에 매트를 깐다. 인성이가 도착하면, 휠체어의 가슴 벨트를 풀어준다. 배 벨트는 그대로 둔다. 그러면, 그래야, 스스로 상의를 벗을 수 있다. 바지와 양말을 입은 채로 미리 깔아놓은 매트에 누인다. 누운 채로 인성이 스스로 바지와 양말을 벗는다. 아직 바지와 양말은 잘 벗지 못하니 상황을 봐가며 돕는다.

인성이를 매트 위에 앉히고 직원이 뒤에서 안는다. 두 다리로 인성이의 다리를 고정하면 넘어지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인성이 손에 샤워기를 쥐여 주면 스스로 머리에 물을 묻힌다. 오른손에 샴푸를 짜주면 두 손으로 머리를 감는다. 다시 샤워기를 주면 헹군다. 샤워 타월에 비누를 묻혀 건네면 거품을 내서 손 닿는 곳까지 닦는다. 아직은 상체와 다리만 겨우 닦는다. 그나마도 조금 하고는 도와달라 한다. 비눗물 씻는 것은 샤워기를 쥐여 주면 혼자 한다.

목욕을 마치면 바닥을 청소하고 싶어 한다. 샤워기를 쥐여 주면 바닥 여기저기를 물로 씻는다. 칫솔 헹구는 것과 바닥 청소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몸을 일으켜 큰 수건을 깐 휠체어에 앉히고, 배 벨트를 채운다. 수건을 주면 손 닿는 데까지 스스로 몸의 물기를 닦는다. 그동안 직원은 바닥을 정리한다. 인성이 몸에 남은 물기는 직원이 닦는다.

옷을 입을 때, 상의는 머리만 꿰면 나머지는 혼자 입는다. 하의는 팬티 내복 바지 순으로 다리에 걸쳐 놓고, 인성이를 일으켜 세워 차례로 입힌다. 머리를 잘 말리고 로션을 바른다. 로션을 손에 짜 주면 곧잘 바른다. 손이 닿지 않는 등과 엉덩이는 직원이 돕는다.

인성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살펴 스스로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서인성 목욕 지원 요령, 2013130, 임우석

 

인성이를 지원하는 임우석 선생이 쓴 서인성 목욕 지원 요령을 발췌·편집했습니다. 임우석 선생의 말처럼,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살펴 스스로 하게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욕 빨래 식사 청소 같은 일상의 여러 과업을 세분하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살피고, 무엇을 조금 거들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궁리합니다. 할 수 없는 것도 무엇이 얼마나 안 되는지 살피고, 무엇을 거들면 조금이나마 혼자 할 수 있을지 궁리합니다.

인성이 손에 샤워기를 쥐여 주면 스스로 머리에 물을 묻힌다. 오른손에 샴푸를 짜주면 두 손으로 머리 감는다.’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머리를 감는다고 했지만 허우적거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때린 겁니다. 머리에 물을 묻힌다고 했지만 실은 사방으로 튀는 물이 어쩌다 머리에 묻은 겁니다. 그런데도 샤워기를 쥐여 주고, 손에 샴푸를 짜 주고, 수건을 두 손에 쥐여 주는 이유는, 당사자의 에 있습니다.

 

“(시설)입주자는 사람입니다. 살아 있는 한 끝까지 사람이고 싶은 사람, 사람이어야 할 사람, ‘사람입니다. 사회사업은 입주자가 사람답게 살게 돕습니다. 복지를 이루는 데 주인 노릇 하거나 주인 되게, 자기 삶을 살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사람 구실 잘하게 돕는 겁니다. ()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약한 만큼 거들어 줍니다. 거들고 또 거들다 다 해 주게 되더라도 그래도 당사자가 주인 되는 당사자의 일이게, 그렇게 여기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당사자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을 늘려 가고 그 수준을 높여 갑니다. ‘내 일이다. 내가 한다. 내가 했다.’ 하는 일이 많아지게 합니다.” 복지요결』 「시설 사회사업, 2016.

 

약한 만큼 거들어 준다, 거들고 또 거들다 다 해 주게 되더라도 그래도 당사자가 주인 되는 당사자의 일이게, 그렇게 여기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게, 애쓰는 겁니다. (2편에서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