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공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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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공사 중
  • 한들신문
  • 승인 2020.11.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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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귀농인 백상하

시골에서 살면서 사계 중 가장 좋은 때는 아마도 가을이 아닐까 싶다. 수확도 수확이지만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연의 색에 감탄을 터뜨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굳이 멀리까지 나들이 나갈 필요도 없다. 길을 오가면서 보는 은행나무 가로수의 하루하루 변해가는 이파리 색이 그렇고 이제야 서서히 변해가는 낙엽송, 각종 활엽수의 색이 그렇다. 더 좋은 건 변해가는 색을 매일매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선 가깝든 멀든 나들이를 가야 하고 그날 하루만 자연의 색을 즐길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생활 속에서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정말 좋다. 반면 이곳 농촌은 도시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했을 때는 일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받았지만 여기서는 마을 사람들 속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받는다. 직장 생활에서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그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직장을 옮기면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이곳 시골에서 마을에선 그런 태도는 삶을 훨씬 더 힘들게 만들 때가 많다.

사는 곳을 직장 옮기듯 하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갈등이 생길 경우 한 번 더 생각하고 참으려고 노력하고 그게 안 되면 아예 그 자리를 피한 후 그다음에 사후 처리를 하기도 한다. 처음에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한때는 지역민들과의 갈등 때문에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고 여러 관공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에 화를 낸 적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공격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고 내 의지와 다르게 나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지금도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직도 부당하다고 생각되거나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을 보면 화가 난다. 물론 예전처럼 화부터 내고 달려들진 않지만 그래도 부당한 건 부당한 거다.

요즈음 우리 마을에는 정말 공사가 많다. 읍에서는 이미 설치가 완료된 오수관 공사가 예산에 떠밀려 이제 시작했고, 겨울을 앞두고 신축 축사 마무리를 위해 많은 공사장 차들이 움직이고 있다. 오수관 공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공사 때문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플래카드와 함께 이장을 통해서 각 마을당 공사 기간을 알려줘서 이에 대비할 수 있었다.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우리 마을이 더 좋아지기 위해 하는 공사인데 그 정도 불편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사가 마무리되고 난 후 간헐적으로 하는 각종 테스트(?)였다. 정작 공사를 할 때는 출입 금지 입간판을 세우고 출입 통제를 해서 미리 다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테스트를 할 때는 오수관 앞에 차를 세워 놓고 아예 다른 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해 후진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는 태도도 없었고 당연한 듯이 도로를 점유하고서는 마을 차량을 뒤돌아 나가게 했다. 그나마 남자들은 후진에 익숙하지만 여성들 대부분은 후진을 힘들어한다. 그러나 그런 배려는 없다. 축사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포클레인이 공사를 한다든지 레미콘이 콘크리트를 부을 경우 일이십 분 기다리는 건 예사고 어떤 때는 사오십 분을 통행을 못해서 걸어간 경우도 있었다. 시골에서는 그래도 된단 말인가?

길이 좁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길을 막고 공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태도는 참으려고 노력하는 나를 화나게 만든다.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공사업체들이 조금만 더 노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 걸 원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양해를 구하는 태도와 함께 입구에 통행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문구 하나만 설치한다면 같은 마을에 살면서 누가 화를 내겠는가? 서로 배려할 줄 아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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