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다.’ 이 지랄 같은 상식을 깨는 건 슈퍼 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린 결국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하는 존재다.”
중앙일보 기자를 지낸 권석천의 칼럼 모음집 ‘정의를 부탁해’의 에필로그의 한 구절이다.
‘이기는 게 정의’인 세상의 종식을 바라는 기자의 책 뒤편의 에필로그를 끌어 사설의 첫머리를 삼는 마음은 착잡하다.
공직선거법 위반을 한 ‘선거인’들은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선된 ‘피선거인’인 ‘공직’은 흔들림 없다.
‘이 상식을 깨는 건 슈퍼 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우린 결국 서로에게 4년간의 ‘공직’의 임기가 끝난 뒤에 투표를 통한 ‘상식’의 선택을 부탁해야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라고 자문하는 마음은 착잡하다.
법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몇몇 사람’이 ‘전체 민의’를 훼손하지 않은 것으로 보겠지만 손상당한 민주주의라는 ‘정의’와 ‘상식’은 크게 훼손된다. ‘그렇고 그런’ 것으로 ‘불의’를 ‘상식’ 삼는 세상은 두렵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이 속담을 자식에게 권할 부모는 ‘상식’적으로 없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이 상식으로 되는 세상에 투표하는 ‘선거인’은 ‘상식’적으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
공직선거법 위반을 한 ‘선거인’들은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당선된 ‘피선거인’인 ‘공직’은 여기에 어떠한 생각인지 ‘입장 없음’을 입장으로 표하는 것의 상식 여부를 묻는 것이 ‘몰상식’인가 묻는 마음은 착잡하다.
‘상식’이 숨 쉬는 사회, 누구에게랄 것 없이,
법 이전의 ‘상식’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