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는 용감하다. 속된 표현이지만,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라는 말이 관용적으로 더 많이 쓰인다. 비슷한 우리의 속담으로는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라는 말도 있고 요즘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표현과 그것을 줄인 ‘근자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져 흔히 쓰인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용어도 있다. 1999년에 미국 코넬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논문으로 발표한 이후로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따서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이름으로 널리 공유된 이 ‘인지 편향’ 연구 결과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관용적 속담들을 사회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위키 백과’ 등에서 소개된 내용은 이렇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_effect)는 인지 편향의 하나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로 인해 능력이 없는 사람은 환영적 우월감으로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여 환영적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크루거와 더닝은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 그들은 찰스 다윈의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와 버트런드 러셀의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를 인용하고 있다.
이 ‘더닝 크루거 효과’는 일종의 ‘인지 편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달리 말하자면 ‘무지에 대한 무지’이다.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다. 아는 게 적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어느 정도 유능한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 거창의 ‘군의회 시민 방청 배제 사건’(▷관련 기사 : 1면, 3면)을 둘러싼 지역 군의원의 ‘인지 편향’과 군의회 자체의 ‘구조적 인지 편향’을 보니 ‘무지의 무지’를 해결하는 것이 지역 정치인의 자질 향상과 지방자치 지역정치 수준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제일가는 급선무이고 제대로 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핵심적인 무지는 군의원이나 군의회가 스스로 만든 ‘회의 규칙’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거창군의회 회의규칙 제76조(방청의 허가)에서 제81조(녹음·녹화 등)에 걸치는 조항은 할 수도 있는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 사항이다. 방청의 허가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지, 방청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문이 아니다. 방청석은 필수적으로 설치해야지, ‘설치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군의회 회의를 한다’는 것은 시민이 ‘방청’을 어떻게든 하도록 하는 것이지,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회의가 구성되지 않은 것’이다. 구조적으로 방청석이 없는 군의회 회의실은 그 자체가 ‘회의실’이 아닌 ‘휴게실’이다. 이 ‘무지의 무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방자치의 ‘유명무실’은 사라질 수 없다.
‘더닝 크루거 효과’를 밝힌 저자들은 그들의 결론에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참가자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이에 따라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능력의 한계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거창YMCA 시민사업위원회’가 ‘의정지기단’ 활동을 발전시켜 더 많은 군민들이 ‘방청’의 자리에 앉아 함께 눈과 귀를 열고 있을 그때에야, ‘용감한 무지’의 막힌 지역 정치가 그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