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5)「여행 그림책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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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5)「여행 그림책 Ⅰ」
  • 한들신문
  • 승인 2021.01.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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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홍순희
안노 미쯔마사 그림 / 한림출판사 / 2004.8

여행, 헤매고 난 뒤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는 일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지나온 것 같은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날을 맞이했습니다.

20211월 첫 번째 그림책 소개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편안히 볼 수 있는 그림책 한 권 소개하려 합니다. 일본 작가 안노 미쯔마사의 여행 그림책 중 중부 유럽 편입니다.

글자 없이 그림만 있는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유럽의 어느 마을에 도착해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책 표지에 그려진 넓은 초원과 이국적인 가옥의 지붕, 노란색의 나무들은 이곳은 유럽의 어느 마을이군...”하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먼저 그림책을 펼치기 전 그림을 보는 이는 이야기의 작가가 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책 속에는 글자가 없거든요. 준비되셨다면 그림책을 펼쳐 볼까요?

푸른 바다 위에 작은 배 한 척, 남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어요. 곧 어느 섬에 당도할 듯합니다. 그렇군요. 예감이 맞았어요. 배는 섬에 당도하고 말 한 필을 구했군요. 아마도 이 남자는 말을 타고 여행을 하려나 봅니다. 이제, 말을 탄 이 남자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 남자를 따라 유럽 여행을 떠날 거니까요. 지금부터 이 남자를 여행자라고 부르겠습니다.

 

길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어느 숲을 지나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 당도했어요. 여행자를 따라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의 목초지를 따라 걸어도 봅니다. 싱그러운 숲과 냇물도 흐릅니다. 숲에는 조심스러운 눈의 사슴이 살고 있어요. 예상했던 대로 냇물에는 송어가 뛰어놉니다. 말을 타고 떠나는 여행길은 중부 유럽의 풍경과 명소 그리고 유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중 작곡을 하고 있는 베토벤, 그림을 보고 있는 고흐, 밀레, 꾸르베의 명화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작은 속임수와 여러 책들의 주인공이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장면 장면들마다에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여행을 하는 동안엔 잠시도 여행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 여행자를 놓치게 됩니다. 그럴 때에는 여행자를 찾아 해매는 것 또한 여행 그림책 읽는 쏠쏠한 재미가 있지요.

 

학교가 보이는 어느 마을에 당도합니다.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지친 듯하면 잠시 내려 말에게 휴식을 주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학교에는 마라톤이 있는 날인가 봅니다. 정겨운 마을길을 달리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을 어른들이 보입니다. 선생님의 출발 신호에 긴장감이 느껴지네요. 여행이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다음 책장을 넘길 때 여유 있는 이야기와 새로운 만남이 있어 지루함을 잊게 됩니다. 명화, 명작, 영화의 한 장면, 역사적인 사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유명인들의 얼굴, 숨은 그림 찾기도 할 수 있어요.

 

혹여 작가가 책 속에 숨겨 놓은 여러 숨은 그림 찾기에 너무 집중하지는 마세요. 아마도 한번 책을 보아서는 좀처럼 찾아내기 어려울 거예요. 두 번 세 번 그림책을 보다 보면 찾을 수도 못 찾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한 여행자를 따라 그림책 속에서 가 보지 못한 어느 나라를 여행하고 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 올리고 지나간 풍경들을 생각하면 그 누구보다 행복해질 테니까요.

 

여행자를 따라 동행한 하루의 긴 여행이 끝나고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여행자가 처음 배를 타고 도착했던 그 섬으로 안내합니다. 나무 아래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는 말의 모습이 평온해 보입니다. 오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여행자의 모습 같은 평온함이랄까요. 아이들 둘이 손을 흔들고 옅은 분홍의 저녁노을이 물든 하늘에 새들이 날고 있어요. 멀어져 가는 여행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곳의 들판에는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명화의 한 장면이 있어요. 작가는 마지막 장면까지 숨은 그림을 숨겨 놓는 것을 잊지 않았네요. 여행자는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이지만 또 다른 여행으로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은 늘 열려있고 꿈꾸는 자의 몫이니까요.

 

그림책 작가 안노 미쯔마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많은 것을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헤매기 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행 그림책에서처럼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공해와 자연 파괴라는 잘못된 문명의 침해가 없는 끝없이 녹음이 이어지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세계였습니다.”

 

여행 그림책을 읽고 돌아서면 우리 모두는 또다시 여행자가 됩니다. 삶이 여행처럼 설렘만 주는 것은 아니지만, 헤매고 돌아온 다음은 새로운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들의 여행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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