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목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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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목공일
  • 한들신문
  • 승인 2021.02.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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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주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뜬금없음으로 그득하다. ‘갑작스레’, ‘’, ‘굳이’, ‘의외인데’, ‘생각보다는이런 단어들이 내 주위를 맴돈다. 아마 나 아닌 내가, 내가 하고 있는 최근 행보를 보아도 그리 말하고 있을 것 같다.

 

최근에 내가 목공에 심취해 있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나무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좌식 테이블을 만들고, 우드스피커를 만들고, 물품보관함을 만들고, 책장을 만들고, 진열대를 만들고, 선반을 만들고, 이동형 간이 조리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원 진료를 보면서 이런 작업물량을 해내려면 자연히 진료 시간 외 시간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퇴근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실로 달려간다.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매달려 있다. 틈이 나는 매 순간 나는 대패를 들거나, 망치로 무엇인가를 두드리고 있고,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있고, 좀 큰 나무판은 목공용 전기톱을 돌리고 있고, 드릴을 들고서 나사를 나무에 박고 있다.

 

이유를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는 것이 어쩌면 정답인 것 같다. 순전히 어느 순간이었다. 의도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걷다 보니 여기에 와 있었다.

 

어느 날인가, 옆지기가 낮은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침 동네 지인이 나무 상판용 목재를 주겠다고 했다. 그것을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이 일을 하고 있는 동네 지인에게 자주 묻게 되었다. 그 지인은 적극 도와주었다. 만들어 놓은 결과물에 옆지기는 매우 흡족해했다. 그 흡족해하는 모습에 내 마음에 무엇인가 뭉클함이 흘렀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계기는 함지박이었다. 소소한 물건을 만든다는 것을 들은 매형이 자신이 오랫동안 보관해오던 함지박을 내게 주었다. 그 함지박은 아버지께서 생전에 직접 만드신 것이었다. 지금부터 70여 년 전 일월산 깊은 산속에서 몇 사람 아름드리 되는 피나무를 직접 잘라오셨다고 했다. 그것을 직접 자르고 파고 다듬어서 만들었다고 했다. “자네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었네하시면서 아버지는 어머니께 함지박을 건네주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살림을 정리하시던 어머니는 사연을 얘기해주며 잘 보관해 달라고 하시면서 그 함지박을 매형한테 주었다고 했다.

 

그 사연을 얘기하시면서 어머니는 아마도 아버지를 만나고 계셨을 것이다. 잠시 두 분은 손을 잡고 걸었을 것이다. 어머니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께 손수 만들어 준 함지박
아버지가 어머니께 손수 만들어 준 함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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