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9)「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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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9)「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 한들신문
  • 승인 2021.03.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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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옥
윤여림 글 / 안녕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7
윤여림 글 / 안녕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7

사랑하는 아이야,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렴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3월은 희망과 꿈, 새로움의 시작입니다. 춥고 움츠렸던 겨울을 지나 꽃피고 어깨를 펴는 봄을 맞는 기분은 들뜨게 마련입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습니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멈추었습니다. 희망을 안고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이 학교도, 유치원도 제대로 못 가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한 해 동안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사이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견디는 힘이 길러졌지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상처에 새 살이 돋듯 단단해져 코로나 19를 딛고 사회 곳곳에서 정상적인 일상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아이들이 하나 둘 떠날 채비를 하거나 이미 떠나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와 그 아이를 지켜보고 자리를 내어주는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크고 작은 분리 불안의 마음을 섬세하고 간결하게 잘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엄마의 품을 떠나 처음으로 유치원 캠프에 가서 하룻밤 자고 돌아오는 아이를 기다리며 회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일상의 모습을 따뜻하게 화폭에 담은 안녕달 작가의 그림과 윤여림 작가의 다정한 위로가 촉촉하게 마음을 적십니다.

 

처음 엄마가 되어 아이가 태어나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키울지 쩔쩔맵니다. 새근새근 잘 자고 있어도 숨소리가 들리는지, 자고 있는 것은 맞는지 아이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깍꿍 놀이를 하면서 아이와 엄마는 조금 못 보더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아갑니다.

엄마!, ~~! 여기, ~!’를 반복하는 놀이로 엄마가 잠깐 없더라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웁니다. 아이는 놀이로 세상을 배웁니다. 무한 반복하는 깍꿍 놀이로 언젠가 떠날 준비를 시키는, 서로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마음을 단련시켰다는 것을 생각하니 깍꿍 놀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유난히 엄마가 안 보이면 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갔다 와도, 화장실을 가도 목 놓아 울어 껌 딱지도 아니고하면서 아이를 달래줍니다. 저는 유독 둘째 아이가 그랬습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부엌에서 밥을 할 때도 등에 업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떨어지자 등에 아이가 없는 게 낯설고 너무나 가벼운 몸이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

유치원을 가고 초등학교를 가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고 군대를 가고 떨어지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아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면서 서운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세상에 한 발을 내딛습니다. 작년 여름, 멀리 외국에 나가 있던 큰아이가 잠깐 들어왔다 다시 떠났습니다. 공항에서 서로 헤어지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가방을 끌고 백팩을 메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구로 들어가던 아이의 뒷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아이가 머물던 방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지나서야 용기를 내어 식구들과 함께 들어가 방을 정리했습니다.

아이가 떠나고 나면 참 이상하고 허전하고 애잔한 마음이 몰려옵니다. 아이도 꾹 참고 그 시간을 견뎌 내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너는 엄마가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재미나게 세상을 누빌 테고,

엄마는 네가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재미나게 하루하루 지낼 테니까.

아주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한다 해도

언젠가 우리는……

꼭 다시 만날 테니까

 

사랑하는 아이야,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렴.

날다가 힘들어 쉬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오렴.

 

엄마가 꼭 안아 줄게.”(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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