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의료 불신, ‘섬세한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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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의료 불신, ‘섬세한 대화’가 필요하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1.09.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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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더 큰 곳으로 가보라’는 제안을 받게 되면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알 수 없는 큰 질병이 있다거나 거창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거창 시민들은 해당 의료기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 기관이 추천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대부분 전원(병원 간 이송)이 일어날 때에는 응급의료정보센터를 통해 정보를 확인한 뒤 이송하기에 문제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개인 병원도 전원을 할 때는 미리 연락을 취한 뒤 조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거창 내 한 의료기관이 전원을 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발생했다. 거창 시민 ㄱ씨는 거창 내 한 의료기관이 이송해야 할 병원과 미리 협의를 하지 않아 환자가 진료거부를 당해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수 시간을 헤매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체됐고, ㄱ씨 측이 직접 수소문한 끝에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해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의료기관의 답변은 환자 측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ㄱ씨는 “병원 측이 오히려 ‘응급환자인데 안 받아주더냐’라고 묻더라.”라며 “거창의 다른 병원은 다 해주는걸 왜 이 병원만 안 되나?”라고 말했다.
  거창 내 다른 응급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4일에는 유리에 크게 찔려 거창 내 한 병원을 찾은 한 시민의 가족 ㄴ씨는 ‘누더기 봉합수술을 받았다.’라며 에스엔에스(SNS)에 사진을 올렸다. 병원에서 상처를 꿰매었는데, 간격이 넓고 들쑥날쑥해 상처가 벌어졌다는 것.
  이에 ㄴ씨는 다른 병원에서 재봉합을 받았는데, 첫 번째 병원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봉합 부위도 작고 봉합한 실의 두께도 달랐고, 간격도 촘촘했다. ㄴ씨 측은 “두 번째 병원에서는 ‘의사가 꿰맨 것이 맞느냐?’라고 물으며 재수술을 권했다.”라고 밝혔다.
  첫 번째 수술을 담당했던 병원 측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다음 날 외과 전문의에게 따로 봉합 수술을 받으시겠냐?’라고 물었으나, 환자가 바로 꿰매 달라고 해 봉합수술을 했다.”라면서 “아직 진행 중인 치료 과정이며 종결된 상태도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크고 작은 상황 때문에 생겨난 ‘응급의료에 대한 불신’은 시민들의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갖게 한다.
  특히, 지역의 인구증가와 연관이 있는 청년층이나 귀농·귀촌인들이 이러한 문제에 가장 민감하다 보니 좋지 않은 소문이 빨리 퍼지기도 한다. 실제 위의 두 사례에 대해 거창 시민들은 에스엔에스 댓글로 거창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불신은 응급 의료 기관의 실력이 아니라, 진료 태도에 있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이는 지난 2018년, 의료인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나온 말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8년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자본 및 전문가 권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 36.1%만이 의사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의료전달체계’와 ‘왜곡·일방적 전보 전달’이 원인이라 지적하며 의료인 스스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2013년,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의사 신뢰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83.2%)’가 1순위로 꼽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창 내 한 개인병원 의사 ㄷ씨는 “지역의 의료인력 수급과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지금 당장 해결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의사들이 조금 더 환자와의 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환자는 언제나 사고나 질병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의 섬세한 대화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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