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다니는 공원에 알 낳은 멸종 위기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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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다니는 공원에 알 낳은 멸종 위기종, 왜?
  • 장상규
  • 승인 2022.05.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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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흰목물떼새(좌측상단), 흰목물떼새 둥지와 알(좌측하단), 깨진 흰목물떼새 알(우측)
흰목물떼새(좌측상단), 흰목물떼새 둥지와 알(좌측하단), 깨진 흰목물떼새 알(우측)

 

흰목물떼새는 전국 하천변과 연안 갯벌에 사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텃새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일부에 걸쳐 널리 분포하지만 서식 밀도가 매우 낮아 전 세계적으로도 개체수가 적다.

자갈밭이나 모래밭을 좋아해 시골 어른들에겐 자갈새라고도 불린다. 3월부터 7월까지 하천변 자갈밭이나 모래밭에 둥지를 짓고 3~4개의 알을 낳는다.

그런데 최근, 거창 심소정 생태공원에서 흰목물떼새 알이 발견됐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인데다 모래와 자갈이 아닌 작물을 심는 흙바닥에 알을 네 개 낳은 것이다. 이를 생태공원을 관리하는 주민이 발견해 거창군에 보고하며 사실이 알려졌다.

거창군은 환경단체와 함께 알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길목을 임시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지난 426, 발견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결국 모두 깨진 채로 발견됐다.

비오는 중에도 알을 찾으며 울고 있는 흰목물떼새의 모습이 사진으로 기록되며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왜 흰목물떼새는 서식처인 강변 모래밭이나 자갈밭이 아닌 생태공원 흙밭에 알을 낳았을까?

거창의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 이순정 대표는 지난해부터 거창 황강 하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중장비 쫓으려 울고 있는 멸종 위기종을 구해주십시오란 성명을 통해 부산국토관리청이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과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인 흰목물떼새, 삵 등의 서식지인 남상·남하면 황강 일대에서 하천 폭을 늘리는 등의 남상·남하지구 하천 환경 정비 사업이 서식처를 훼손하고 있다라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부산국토부는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소음을 발생시키는 중장비를 제한하고 소음방지막을 설치하여 현재는 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흰목물떼새도 쫓기듯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남하·남상지구에서 발견되던 흰목물떼새가 월천 근방 황강 상류지역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푸른산내들 이순정 대표는 흰목물떼새가 번식기에 황강 상류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근 합수 인근 가동보 공사와 남하면 산포마을 인근 제2스포츠파크 건설까지 이어지며 광범위하게 서식지가 훼손됐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더불어 공사 진행과정에서 확실한 환경 영향 평가와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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