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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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뭐꼬?
  • 한들신문
  • 승인 2022.06.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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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하다 보면 가던 길에서 그 방향을 잃을 때가 있다. 해는 이미 중천을 지나 뉘엿뉘엿 기울고 몸은 지쳐 서둘다 보면 어느새 다리는 쥐가 내리고 머릿속은 하얘지며 점점 더 산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등산이 끝나버리면 그것을 일러 우리는 ‘조난’이라 부르며 이는 죽음까지 이를 수 있는 일종의 참사다. 삶이 으레 그러하듯 비록 실패는 무수히 겪지만 ‘조난’이라고 불릴 만큼 거대한 변곡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길을 잃고 두려움에 산속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을지라도 이성은 언제나 그 어둠에서 작은 불빛을 비추기 때문이다. ‘당황하지 마라’, ‘저기 능선이 보인다’. 그리하여 이성의 속삭임에 잃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제나 잘못된 지점을 발견하고 희미한 길을 찾게 된다. 

  대선도 끝났고 지방선거도 끝났다. 선거는 전쟁이다. 단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잔혹한 살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투표라는 방법으로 문명화시킨 전쟁이다. 전략과 전술이라는 미명 아래 살인 빼고는 승리를 위해 선거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난다. 그러나 인류가 야만에서 문명으로 진보하며 그 어떤 일이라는 것이 대개는 소뇌보다는 대뇌의 전두엽에서 결정된다. 감정보다는 이성의 영역에서 판단하고 결정된다고 우리는 믿는다. 비록 패배는 늘 당혹스럽고 받아들이기가 어렵긴 하지만 이성은 조금의 시간을 통해 우리의 감성을 설득한다. 손자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 정의할 정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20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4년 이후 ‘결함 있는 민주국가’에서 ‘완전한 민주국가’ 대열에 복귀했다. 전세계가 코로나로 휘청이며 혼란스러울 때 대한민국은 거의 경이적인 수준으로 질병을 막았으며 “한국은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 수준으로 낮아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미국 WSJ, ’22.330.)이라고 평가받았다. 한국 경제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의 경제규모를 100으로 볼 때 2021년 103.1%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선진 7개국과 비교하면 가장 빠른 회복 속도를 뜻한다. 2019년 경제규모를 100으로 볼 때 2021년 GDP가 100을 넘어선 나라는 G7 중에선 미국(102.0)이 유일한데 우리나라에는 미치지 못했다.
  외교를 보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9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켰다. G7회의에 초청되어 가장 상석에 바이든과 문재인 대통령이 앉은 것은 한국 외교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부동산의 폭등을 말하지만 부동산의 폭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상승률에서 한국이 좀 더 높았을 뿐이다. 선거의 패배를 전임자에서 구할 수 없는 이성적 이유다.

  심리학자 피터 드치올리가 말했듯이, 적과 단둘이 대면했을 때 가장 좋은 무기는 도끼이지만, 구경꾼들 앞에서 적과 대면했을 때 가장 좋은 무기는 논증이다. ‘결국 도덕의 세계에는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이렇게 바라보면 후보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스티븐 핑커가 말한 ‘인간의 진보를 완전히 다르게 위협하면서 계몽주의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도래일까? 
  산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한 국가는 민주정의 아테네가 아니라 귀족 정의 독재체제 스파르타였고 로마 공화정의 결말은 황제의 일인 지배다. 자유·평등·박애라는 인류 보편의 정신을 일깨운 프랑스 혁명도 결국에는 나폴레옹이라는 독재자에게 자리를 넘겼다. 민주주의의 정신에 가장 가까웠던 독일의 바이마르 체제는 어떤가? 나치즘이라는 괴물의 배양액은 아니었을까? 논란이 많기는 하겠으나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엄청난 달러를 쏟아부어 공산주의의 불길을 막고 자유시장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하고 오직 한국의 그것도 절반에 해당하는 ‘남한’이라는 단 하나의 승리만 거두었을 뿐이다.  
  작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묻는다. 자유에 기반한 민주공화정은 과연 정의롭고 타당한 정치체제인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다시 거슬러 길을 찾아본다.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민주주의는 누가 통치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나쁜 지도자를 어떻게 피 흘리지 않고 쫓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임 한 달 정도인 새 대통령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인가?
  언제쯤 길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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