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야영(캠핑)족의 유입이 달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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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야영(캠핑)족의 유입이 달갑지만은 않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2.08.01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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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영족이다. 자동차에 야영 장비를 싣고서 산과 바다에서 야영을 즐긴다. 나름대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그 지역의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 그리고 종량제 봉투 사용과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의 야영족은 나와 달랐다. 자기가 거주하는 곳과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짐을 싣고 온다. 맥주 한 캔까지 집과 가까운 마트에서 사 아이스박스에 담아온다. 내가 아는 도시의 야영족들은 대부분 이렇게 야영을 즐긴다.
  일부 야영족들은 출발 하루 전 인터넷에서 음식을 구매한 뒤 택배로 야영장에 보내 놓기도 한다.
  야영족들이 머무는 곳이 도심은 아니니, 물가를 고려하면 현명한 선택이다. 품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구에서 장을 보는 것과 거창에서 장을 보는 것은 당연히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먹고 마시고 즐긴 뒤 남은 쓰레기는 그곳에 두고 간다.
  차박·야영객들이 머물다 간 자리는 쓰레기 무더기만 남는다.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쓰레기를 되가져가자는 ‘클린 캠핑’을 홍보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정해진 야영장에서 야영을 하는 경우는 양반이다. 정해지지 않은 장소에서 차박이나 야영을 하는 경우, 오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계곡의 돌을 모아놓고 바닥에 그대로 숯을 피웠다가 방치하고 떠난 경우도 많다.
  올해 여름으로 접어들며 거창의 계곡 중 적어도 4곳 이상을 방문한 결과 대부분에서 위와 같은 현상을 목격했다. 계곡의 물속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계도나 단속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야영족들이 머무는 시간에 단속반이 현장을 목격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보통 주말에 이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야영객들이 거창에서 소비하는 금액이 얼마든, 그 소비로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되든 되지 않든 거창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몫인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자연환경을 내주고, 뒤처리도 도맡아 한다.
  그럼에도 거창군은 야영객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이들이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홍보한다. 실제 다수의 야영객들은 고속도로에서 거창 나들목을 거쳐 서경병원 뒤를 지나는 국도를 타고 북상의 계곡을 들렀다가 다시 되돌아갈 뿐인데 말이다.
  가조 항노화 힐링랜드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순환버스를 타는 곳 인근에 농산물 판매장이 열리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높았다. 그리고 음식점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다. 
  야영객이 아니라 잠시 들렀다가 가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가조 주민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뒹구는 쓰레기를 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달가울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턱대고 야영족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야영족들이 거창의 경제에 도움을 주게 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거창 주민들이 야영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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