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제12회 거창여성영화제 후기 -”세상의 중심은 나로부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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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제12회 거창여성영화제 후기 -”세상의 중심은 나로부터” (1)
  • 한들신문
  • 승인 2022.09.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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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옥 조합원

1. 중심은 있어야 하는가?
“세상의 중심은 나로부터”라는 슬로건으로 제12회 거창여성영화제가 열렸다. ‘중심’이라는 말은 사용할 때마다 뭔가 생각하게 한다. 불편한가 싶은데 또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럼 그곳은 어디인가 하고 의문을 가지게 되는 말이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우스운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경기 관람이야말로 3인칭 관점이니까 뭐든 상상할 수 있다. ‘저 넓은 축구 경기장에 골대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축구 선수들은 어디로 공을 차야 할까? 경기가 진행되기는 할까? 우왕좌왕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다음 ‘중심’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축구 경기에서 중심은 골대인가? 골대는 목적지이다. 목적지는 도달해야 하는 곳이며, 여정도 중요하다. 내가 잘못 짚은 것이다. 그러면 다시 생각한다. ‘중심’이 언제나 꼭 필요하니? 중심은 무엇인가?

2.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질문을 받은 적 있다. 내 몸의 모든 부분을 떠올렸다. 뇌? 심장? 눈? 배꼽? 질문하신 분은 ‘몸의 연약한 부분, 상처, 아픈 부분’이라고 하신다. 실재론적 질문에 반실재론적 답변이었다. ‘중심’을 해체하는 ‘탈중심’적 답이었다. 몸의 연약한 부분은 그때그때 다르다. 아픈 부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면, 몸의 한 부분이 아프면 그 아픈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덜 아프게 하려고 애쓰고 고이고이 다룬다. 그리고 그 아픔은 몸 전체에 통증을 전달한다. 그러니 몸의 중심이 있다는 사고 자체를 버려라는 말 아닐까 싶다. ‘있다’는 질문에 ‘없다’는 대답이다. 그럼 정말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때그때 다르니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3. 야구소녀 - 어머니와 딸
 (1) 고정관념 해체

  영화제에서 본 영화는 〈야구소녀〉이다. 제목에서 느낌이 온다. 야구는 남자가 하는 스포츠인데 여성이 해 보겠다며 덤비는 내용이다. 야구에 진심인 청년(여성)은 자신의 인생에 깊이 들어와 있는 그것을 자신의 꿈으로 가지고 산다. 그녀의 꿈은 야구를 하며 사는 것이다. 야구반에 들고, 결국 프로야구팀에 입단하게 되는 성공스토리다. 이 영화의 서사도 재미있었지만 가족들 특히 어머니의 변화에서 ‘중심 해체’라는 말이 떠올랐다. ‘중심’은 위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어야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같은 거라는 생각을 했다. 딸이 간절히 원하는 것과 어머니가 딸에게 바라는 것은 어긋날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딸도 원하는 것’이라는 믿음은 문제가 있다. 청년이 된 딸과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어머니가 믿는 단단한 고정관념을 깨야 하는 것이다. 프로팀원을 선발하는 현장에서 온 힘을 다하여 공을 던지는 딸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를 덮고 있던 비늘 하나, 고정관념이 떨어져 나갔다. 

 (2) 야구에 대한 기존의 룰 해체
  또 하나, 야구에서 강속구는 시속 160km는 되어야 상대편을 제압할 수 있다고 한다. 야구소녀가 던지는 공의 속도는 130km이다. 그녀는 130km 공의 속도로 상대 타자를 아웃시킨다. 그녀는 강속구라는 힘의 방식이 아니라 부드럽게 커브로 파고들어서 상대의 허를 찌른다. 타자는 순식간에 아웃당한다. 야구소녀는 기존의 방식(남성의 강속구)을 해체하고 자신만의 변화구로써 상대의 허점을 파고든다. 160km가 지배하던 밸런스를 깨어버린다. ‘힘이 약한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이 해체된다. 
 
4. 결론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를 지구의 중심이라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17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델포이를 ‘대지의 배꼽(옴파로스)’ 즉 지구의 중심이라고 했다. 지금 이 신화를 믿고 지구의 중심을 델포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이미 신화 속으로 편입되었다. 신화가 우리에게 주는 영감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삶과 관계를 맺으려면 매개가 필요하다. 매개가 되는 것은 역사적 맥락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이다. 해석은 인간을 각종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중심’에 대한 우리의 사고도 그러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p.s : 제12회 거창여성영화제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잘 끝났습니다. 작은 읍에 여성회라는 단체가 있는 것도 참 귀한 일인데, 12년째 ‘여성의 삶과 일’을 주제로 영화제를 진행해온 것 귀한 일인 것 같습니다.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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