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환영받을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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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환영받을 줄 알았습니다.”
  • 장상규
  • 승인 2022.11.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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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주거문제 해결돼야 정착 가능
빈집 활용 위한 협조 필요
▲수년 째 방치되고 있는 빈집
▲수년 째 방치되고 있는 빈집

건강상의 이유로 요양을 위해 지방으로 이주를 결정한 ㄱ씨. ㄱ씨는 지난 1월 아이 둘과 아내를 데리고 거창으로 전입했다. 서울을 벗어나 바닷가 인근 지역에서 살아보기도 했지만 바닷바람의 소금기가 병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다시 이주 지역을 찾아보다 거창군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ㄱ씨는 “빼어난 자연 경관은 물론 너무 낙후되지 않은 지역인프라, 무엇보다 ‘6만 인구 사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조직에서 인구 유지 및 유입을 결의하는 모습을 보고 이주민에 마음이 열려 있는 지역이라 생각해 기대를 품게 됐다.”라며 “아이들과 오랫동안 살아도 좋을 곳일 것 같았다.”라고 이주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ㄱ씨는 아직도 정착할 집을 찾지 못해 ‘거창 정착’에 난항을 겪고 있다. 면 단위에서 주거를 희망하지만 집이 구해지지 않아 읍에서 임시로 집을 구해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 지난 9월, 셋째 아이도 태어났다. 
  ㄱ씨는 “건강상 결정한 이주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면 당연히 환영받고 집도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대단히 방어적이었고, 군관계자도 생소한 듯 적극적인 대응을 해주지 못했다.”라며 “지난 1월에 전입했는데 아직도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인구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할 수 있느냐”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첫째 딸을 위해 ㄱ씨는 서둘러 집을 구하려 이주 희망 지역 소재의 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해당 학교 교감 ㄴ씨는 “내년 입학 예정자로 파악되는 인원이 한 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돼 사실상 2023학년도 입학생이 0명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ㄱ씨가 이주했을 때 1명이라도 입학생이 생겨 집 구하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 면과 지역주민, 사회보장협의체 등 다양한 조직에 빈집 문의를 하고 있지만, 아이 셋을 키울 여건에 맞지 않거나 집을 내놓지 않아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면 단위에 들어서는 임대주택도 이미 거창군으로 전입을 마친 상태라 관내 인구로 취급돼 순위에서 밀릴까 불안해하고 있다. 빈집에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집을 구한 이후 이야기다. 
  이는 특정 면뿐만 아니라 다른 면지역에서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 후 초등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가정은 꾸준히 등장하지만 집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로 정착하지 못하고 결국 지역을 떠나곤 한다. 
  또 다른 행복학교 교장 ㄷ씨는 “서울에서 전학을 희망하는 가정도 있는데 집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면과 지역 주민들이 협의해서 빈집 조사와 주거 지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거창군은 신원면에 12호의 공동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가북면 12호, 북상면 10호가 추가로 예정돼 있지만, 정작 빈집 활용에는 애를 먹고 있다.
  군담당자는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빈집을 정비하고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사유재산이다 보니 군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라면서 “실소유주들은 거창군이 아닌 타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매매나 임대를 꺼려 하는 편”아라고 말했다. 
  면 단위와 마을단위, 이장협의회 등 다양한 지역 조직에서 ‘6만 인구 사수’에 대한 결의대회 및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만, 전입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단순 수치에 집중하는 행보가 아닌, 인구 유입뿐만 아니라 인구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주거문제 해결 및 정착 지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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