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에 빠진 경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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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에 빠진 경로당”
  • 유혜민 기자
  • 승인 2023.01.26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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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행복한 동거동락 시범마을’ 사업
가북면 심방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 책 발간
그림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심방마을 어르신들
그림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심방마을 어르신들

웃음소리가 가득 퍼진 가북면 심방마을 경로당. 이곳에는 동화책에 빠진 어르신들이 모여 있다.

연필 한 자루, 크레파스 하나도 소중히 여기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낸 심방마을 어르신들의 그림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순수함이 드러난다.

 

바빠도 동화책은 읽으러 와야지

농사일이 바쁜 4, 작년 봄부터 어르신들은 두 배로 바빠졌다. 일이 끝나자마자 경로당에 동화 구연을 듣기 위해서다.

가북면 심방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2022년 행복한 동거동락 시범마을사업으로 동화책에 빠진 경로당을 추진했다. 동화 구연 강사가 어르신들께 동화책을 읽어 드리면 어르신들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마음속 깊숙이 쌓인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동화 구연은 김미정 강사가 맡았다. 계절, 텃밭, 전통 등 다양한 소재의 동화책을 그림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감상하며 책을 읽어드리니 어르신들의 깔깔 웃음소리는 한 시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그 시간이 재밌어 프로그램이 있는 날 경로당으로 가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바쁘고도 가볍다. 동화 구연 시작 30분 전부터 와서 기다리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그림 그리는 거 처음 해보는데 얄궂데이

심방 마을 어르신들은 강사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고 각자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어르신의 그림에는 상상력과 창의력, 개성이 가득했다. 평범한 개구리도 어르신의 상상력이 더해져 색다른 개구리가 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는 자신의 모습도 사진처럼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한 어르신은 연필도 안 만져 본 사람이 이래 하라 한께(하라고 하니까) 엄두가 안 나. 뭐 어찌해야 되는지 몰랐는데 이거 할 때는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함박웃음으로 소감을 말했다.

 

이복순 할머니의 그림
이복순 할머니의 그림

 

연필을 안 잡아놓응께 막 손도 떨리고 내 생각나는 대로 그래 해놨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처음엔 연필 잡는 것도 어색해했다. 그러다 그리고 싶은 것들이 생기니 점점 색연필과 크레용에 익숙해졌고 자신감이 붙으면서는 물감을 사용하여 더욱 다양하게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김미정 씨는 어르신들이 일하고 오셔서도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해주셔서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행복했다.”라며 어르신들께 최고의 화가라고 칭찬해 드리고 자신감 불어넣어 주니 한 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다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소감을 전했다.

 

설날에 자녀들이 오면 그림책 자랑하고 싶어예

심방마을 경로당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9개월 동안 정성스럽게 그린 작품 100점은 <동화책에 빠진 경로당>이라는 이름의 책자로 발간되었다.

한 어르신은 그림을 그릴 적에는 얄궂띠만은 이 책이 나오니까 더 좋네예.”라고 소감을 전했으며 또 다른 어르신은 내 그림이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져서 무척 뿌듯하고 설날에 자녀들이 오면 자랑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주영 이장은 면에서 우리 심방을 시범 마을로 지정해서 시작했는데, 김미정 선생님이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어르신들이 너무 즐거워하시고 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좀 더 활성화시키고 싶다.”라며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에 더욱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도록 책을 발간했고 소중한 선물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동화책에 빠진 경로당프로그램을 담당한 강희주 가북복지계장은 이 사업은 복지정책과의 예산을 지원받아 시행한 것인데, 어르신들의 반응도 좋고 또 자기만의 작품을 만드는 기회가 흔하지 않기에 앞으로 가북면의 4개 마을로 확대 운영을 해볼 생각이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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