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보 그리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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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보 그리고 평화
  • 한들신문
  • 승인 2023.04.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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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호(씨알평화연구소)

얼마 전, 만 3년 만에 1주일 일본 여행을 했다. 봄 날씨의 일본은 동경이나 오사카,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 날씨도 좋고, 공기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깨끗한 느낌이었다. 중국발 황사가 일본까지는 잘 오지 않는 모양이다. 지진과 태풍이 많아 재해가 많은 나라이지만, 한편 땅도 크고 길어서 다양성을 가진, 좋은 점도 많은 나라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날 강대국으로 발전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평소에 참여하고 있는 한일 시민들의 반핵평화운동 차원에서 몇몇 일본 시민들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얼마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12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고, 곧 일본 정부는 핵물질 오염수(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한다. 일본 어민들도 반대하고 주변국 모두가 반대해도 강행하는 것은 세계에서 제일 힘이 센 미국이 허락하기 때문이리라. 현재 세상일이 그렇지만 미국이 예스면 예스고 노면 노다. 감히 미국에게 아니오 했다가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처럼 제재를 당하고 지구상에서 비정상, 반민주, 전체주의 국가가 된다.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란 말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그냥 미국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미국처럼 되어야 한다. 미국 마음에 들기가 쉽지 않다.

  1945년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졌던 곳에 가보니 핵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핵발전소 건 핵무기 건 핵이 들어간 것은 무조건 어마어마하게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이 금하신 선악과 열매는 오늘날로 말하면 핵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는 순간 낙원에서 쫓겨나고 죽음의 저주를 받았듯이, 오늘날 인류는 뛰어난 과학 기술로 핵을 따서 이용해 먹는 순간 영원히 계속되는 방사능의 저주 가운데 놓이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류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악과 핵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결국 핵무기와 핵발전소로 인한 고통은 아마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이전 정권은 탈원전하겠다 하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더니, 이번 정권은 노골적으로 원전을 더 많이 만들고 심지어 더 많이 남의 나라에 수출하겠단다. 핵폭탄도 만들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돈이면 남이야 어찌 되든지 상관없다는 말인지 동방예의지국 인심이 왜 이리 되었을까?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원폭(핵폭) 기념관들이 있다. 평화를 위해 기억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원폭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곳에 있는 사진들이나 자료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78년 전 핵폭탄이 그렇게 무서웠는데 오늘날 미국 등이 가지고 있는 신형 핵폭탄들은 얼마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지, 그야말로 지구 전체를 몇 번이고 날려 보낼 만한 위력이 될 것이다. 당시 순식간에 녹아버리거나 불타 연기로 사라진 사람들이 수십만에 이른다. 무엇보다 그중에는 강제징용을 포함해서 여러 사유로 그곳에 거주하던 조선인들 수만 명이 사망했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가보니 원폭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크게 위령탑을 만들어 놓았다. 다시는 이런 폭탄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각오의 글이나 사진 등 평화를 만들자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평화를 말하는 그들의 말이 여러가지로 의심된다.

  일본은 진정 과거 역사를 반성하고 있나? 아시아 국가이면서 아시아 국가이기를 거부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백인들의 나라를 좋아하더니 脫亞入歐(탈아입구), 급기야는 백인들의 식민지쟁탈전 뒤를 이어 이웃의 힘없는 나라들을 침략했다. 1860년대 미국, 영국, 프랑스의 포격에 항복하여 할 수 없이 문호를 열더니, 그것을 교훈 삼아 그 이상의 무력으로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집어삼켰다.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이제는 상전 나라 미국까지도 먹으려고 대항하다 꼬리를 내린 결말이 미주리호 선상에서의 1945년 항복문서 아닌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기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갔던가. 조선의 젊은이들을 징용으로, 정신대로, 위안부로 끌고 가서는 비참하게 핵폭탄으로 죽게까지 했다. 이런 내용들은 핵폭기념관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일본이 최초의 핵폭희생자 국가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가해자가 아니라 희생자라는 것이다. 전쟁에 이겼으면 이런 핵폭격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감춰져 있는 듯 하다. 다음 전쟁에서는 이겨서 이런 비참한 일을 당하지는 말자고 하는 결의가 보인다면 내가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실제 일본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없다.그런데 얼마 전 우리 정부는 먼저 아주 큰 관용의 마음을 일본에 보여줬다.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계묘국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법원의 판결조차 무시하는 행정부의 결정은 삼권분립의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 아닌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여 북한이나 중국에 대응하고 경제적 이익을 위한 일이라고 변명한다. 경제와 안보를 위해 일본과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징용피해자 양할머니는 나는 돈이 아니라 일본의 사과가 먼저라고 외친다. 경제가 아니라 정신이 먼저라는 말일 것이다. 정신이 없는데 돈이 많으면 무슨 소용인가, 정신이 어지러운데 안보가 튼튼할까? 정신이 헷갈리는데 평화롭고 행복할까? 진정한 평화에 경제와 안보는 늘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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