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나방 잡으려다...농약 오용으로 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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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나방 잡으려다...농약 오용으로 큰 피해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3.10.3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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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로 피해입은 농가 대책위 구성
31일까지 대책 요구...농협은 미온적

 

▲정상적으로 생육한 부사.
▲정상적으로 생육한 부사.
▲농약의 오용으로 누렇게 변색된 부사.
▲농약의 오용으로 누렇게 변색된 부사.

올해처럼 병원균과 해충 피해가 많은 적은 처음이다.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극심한 강우와 이상고온 현상으로 사과나무에 병해가 더 많았다.”라고 거창군 A면의 박씨는 한숨을 쉬었다.

  같은 A면에서 사과 짓는 김씨도 기후변화로 인해 흡수나방(으름나방)이 워낙 극성을 부리니까 특별방제한다고 여러 농가에서 살충제를 쳤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부사 수확기를 맞이했으나 착색이 되지 않아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져 이를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탐스러운 붉은 색깔이 나야 수확을 할 수 있는데, 마지막 방제 작업의 부주의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해당 살충제를 판매한 농협은 위험성을 인지했다면 농민 잘못이라는 입장이지만, 농가들은 농협이 충분한 위험 고지 없이 살충제를 잘못 판매해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고 있다. 올해 거창군은 사과 작황이 전국적으로 가장 좋은 편에 속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이같은 일이 발생해 더욱 충격이 큰 상황이다.

  이에 가장 피해가 컸던 A면과 B면 등지에서 피해 농가들이 피해보상대책위를 꾸리고 농협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피해농가들은 해당 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피해보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농협을 상대로 강력한 요구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대책위는 이달 31일까지 매입 관련 입장과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농협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1120일경이나 돼서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다. 농협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냐는 원성이 자자하다.

  이에 온갖 소문과 억측이 나돌고 있다. 손해액이 40억이다, 70억이다, 큰 손실을 입은 농민이 좌절하고 있다, 농협측에서 제약회사 직원이 살포해도 괜찮다고 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노랗게 변색된 사과를 콘테이너당 얼마씩 농협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준다고 한다, 약의 위험성을 인지한 농민들은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변호사에 의뢰하여 소송전으로 간다 하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해당 C농협 누리집에는 농약의 원활한 공급을 통한 식량증산과 농가소득증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겠다.”라는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이 약속대로 향후 피해자 선정, 피해 규모 산정 및 보상률 산정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농협이 전향적인 태도로 농민들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반영해 농가 소득 및 농업 경영에 애로가 없도록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탁구공 크기의 흡수나방 때문에

  이번 사건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특별방제를 실시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이상저온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기존의 방제 방식으로는 사과나무에 발생하는 질병과 해충을 막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탁구공만한 크기의 흡수나방(으름밤나방), 일몰 후 1시간 전후에 사과원으로 날아들어 과실에 주둥이를 찔러 넣고 과즙을 빨아 먹는다. 그러면 바늘로 찌른 것 같은 구멍이 나게 되는데, 언뜻 보면 잘 표시가 나지 않는다. 피해 부분의 내부 과육은 변색이 되고 스폰지 같이 되며 시간이 경과하면 2차적으로 병원균에 감염돼 부패하여 낙과된다.

  흡수나방에 의한 이같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농민들은 간이방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9월 중순에서 9월 말에 이르는 기간에 농가들은 농협에서 살충제를 구매해 살포하였다.

  문제를 일으킨 살충제는 엘(한국 삼공)과 스미○○(동방아그로)으로 주성분은 펜토에이트유제(유기인계). 농업기술센터 담당자에 따르면, “이번에 피해를 일으켰던 살충제는 유기인계 살충제인데 이들의 특징은 착색기가 다 돼서 살포하면, 사과 겉면의 큐티클층(반짝반짝한 왁스층)을 망가뜨리며, 그 안에 보호되어 있던 빨간색을 발현시키는 안토시안 색소도 파괴가 되어 빨갛게 색이 나지 못하고 누렇게 색이 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흡수나방이라는 돌발 유충에 의해 피해를 크게 입은 농가는 A면의 경우에만 24개 농가이다. B면에서는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해진다. A면의 경우만, 16억에서 2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C농협에서 판매한 살충제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는데, C농협은 모두 3개 면 지역에 판매를 담당하고 있어 추가로 피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으름밤나방 일명 흡수나방이 사과 과즙을 빨아먹고 있다.  (사진제공 : 농촌진흥청)
▲으름밤나방 일명 흡수나방이 사과 과즙을 빨아먹고 있다. (사진제공 : 농촌진흥청)

위험성 인지 여부와 농협의 전문성 문제

  향후 책임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농협이 특정 농약을 제공한 경우도 있지만, 특정약이 잘 듣는다는 소문을 믿고 농민이 특정 농약을 특정해서 달라고 해 살포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 농가 박씨에 의하면, “(정규방제 때는) 일반 농가분들 대부분은 농협에서 약을 갖다 쓴다. 농협 자체 방제달력이 있다. 그것에 따라 약을 배달시켜서 쓰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간이방제 할 때 이 약이 안 듣는다 하면서 약 좀 더 줘봐 해갖고 그냥 주는 대로 그냥 약을 가져가시는 분들이 피해가 컸다.”라고 전했다. 피해보상 대상과 규모를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제품의 겉면에는 주의사항으로 착색기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어서, 이를 인지하지 못한 농가의 책임이냐,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판매점이 안내를 소홀히 했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엘산 제조사인 한국삼공 누리집 제품정보와 해당 제품 병에 표기된 주의사항을 보면, “3.사과의 유과기에는 살포하지 마십시오. 4.사과의 착색기에 사용할 경우 착색이 저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라고 경고하고 있다.

, 한국작물보호협회 누리집에서도 이들 제품의 [약효 약해에 관한 주의사항]에서도 “1.사과나무에 이 약을 뿌릴 때에는 꽃이 진 후 20일경부터 사용하십시오. 2.사과의 착색기에 사용할 경우 착색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절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라고 안내하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편 다축사과연구회 회장 김병철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충해 방제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급한 문제에 매달리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선 피해보상 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피해를 입지 않은 농가들의 농약 살포 시기와 방법 등을 조사하고 취합하여 내년에는 이 같은 피해가 전체 농가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조합이 나서야 한다. 적합한 방제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농민을 위하는 조합의 본연의 역할이다.

  또한, 이번 문제가 자칫 엉뚱한 결론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올해 탄저병과 갈반, 노린재류 등으로 인해 농가들의 피해도 심각했다. 이런 피해를 방제하려고 저항성이 없는 보호 살균제로 간이방제를 잘 한 농가에서는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소문만 믿고서 다음번에는 농약을 많이 살포하자는 쪽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농약을 많이 쳐서 성공했다는 집이 몇 집 있기는 하지만 많이 쳐서 실패한 집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농협 사업이 지향하는 방향에 전환과 개선이 필요하다. 농민을 상대로 수익 향상에만 골몰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농약관리 전문성을 높여야 하며, 피해농가 구제안을 신속히 마련해 농가를 위하는 조합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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