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교 웅양초 이야기를 담다 5]103살 너른 품 웅양초와 함께 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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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학교 웅양초 이야기를 담다 5]103살 너른 품 웅양초와 함께 자라다
  • 한들신문
  • 승인 2023.11.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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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양초등학교 학부모 김미희

시골 생활을 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두 아이와 나는 202131일 부산에서 거창군 웅양면 동호마을로 이사를 왔다. 비 오는 날, 1톤 트럭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짐만 들고 이사 오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쾌한 숲과 흙냄새가 나던 이곳과의 인연은 친구가 맺어주었다. 친구네 가족은 우리보다 3년 전 먼저 귀농하여 살고 있었고, 해마다 초대해 주어 아이들이 어릴 때 여행 삼아 왔던 추억의 여행지에서 내가 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첫째는 2013년생, 2020년 입학하는 코로나 학번이었다. 그때는 부산에 있었는데 그해 아이들 모두가 그랬듯이 집에서 EBS로 수업을 들으며 첫 초등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티비 화면을 보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한창 또래 아이들과 만나서 뛰어놀고 싶을 나이, 선생님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초등학교 1학년 생활. 그렇게 두 달이 흘러 5월에 드디어 입학식이 진행되었는데, 온라인으로 담임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그해 몇 번을 등교했을까?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는데 거창에 살던 친구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친구의 아이가 다니던 웅양초는 아이들 모두 등교하여 교실에서 지내고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곤충 많은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우리 아이들의 소원이 귀에 맴돌면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또래들과 온기를 느끼며 학교에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가족이 모여 상의했고, 모두가 찬성하여 시골 1년살이를 결심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아빠와 떨어져 사는 것은 아쉽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몸과 마음으로 배우고 느끼는 것을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첫째는 2학년, 둘째는 유치원생으로 웅양초등학교의 식구가 되었다. 동호 숲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는 노란 버스를 타고 다니며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버스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아이들은 학교 가는 시간에 설렘을 느낀다. 한 번은 아이들과 같이 걸어서 등교를 하는데 저 멀리서 누나, 형들이 뛰어와 인사를 하며 저희가 동생들 교실까지 데려다줄게요.”라고 말했다. 유치원생이었던 둘째도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엄마와 인사하며 등원했다. 그 후로도 어떤 날은 누나가 어떤 날은 형아와 손잡고 학교 운동장을 지나 교실로 들어갔다. 둘째를 데리고 가던 형이 가다가 멈추고는 아이를 안아서 들어 올려 주기도 하고 빙빙 돌려주며 깔깔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사람의 온기를 제대로 느끼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단 생각에 가슴이 촉촉했다.

  첫째는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였다. 작은 학교도 낯설어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알아봐 주는 것에 대해 아주 수줍음이 많았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3년이 흐른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첫째가 학교생활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과 발표도 자연스럽게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작은 학교의 장점이기도 한데,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온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날 아침 나와 첫째가 크게 다툰 날이 있었다. 아이의 기분은 몹시 안 좋았고, 그런 마음으로 등교를 한 날 나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선생님께 문자로 살포시 알려드렸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학교에서 잘 토닥여 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잘 챙겨봐 주겠다고 하시는데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아이를 학교와 함께 키운다는 말이 이런 것이 아닐지 싶다.

  이렇게 1년 시골살이를 계획하고 왔던 삶이 학교가 좋아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좋아서 3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나와 아이들의 삶을 돌아본다. 그 장면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를 하나 떠올리자면 편안함이다.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마음은 언제나 편안하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있거나 참여 수업이 있을 때 학교에 들어가면서 늘 느끼는 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누구든지 반겨주는 아이들의 인사, 선생님과 교직원분들의 따뜻한 표정, 그리고 103살의 학교가 품어주는 온기가 합쳐져서 느껴지는 것들이 아닐까? 귀한 인연 덕분에 이곳에서 아이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자라고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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