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아지매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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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아지매 편지
  • 주상면 고민정 통신원
  • 승인 2023.12.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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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면 아침 풍경.
▲주상면 아침 풍경.

동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사과밭 반사 필름을 1129일에 한꺼번에 가져다 줄라고 합니다. 과수농가 여러분께서는 1128일까지 마을 집하장에 가져다 두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볏논에 방제약을 친 분들은 방제약 값을 마을회관에 구장이 있으니, 가져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아침부터 마을 이장의 방송이 웃담부터 아랫담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탐스럽게 달려있던 사과는 수확을 모두 마쳤고, 타작을 끝낸 텅 빈 논엔 커다란 마시멜로 같은 짚단만 뒹군다.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수도 모터가 얼지 않게 잘 보온하고, 군불 넣을 땔감도 넉넉하게 준비하고, 화단에 내년 봄을 맞이할 수선화며 튤립도 심고, 여름에 고운 빛을 내는 수국 보온도 하고, 올해 심은 어린나무들은 얼지 않게 보온도 해야 한다.

  겨울 양식인 김장은 더 추워지기 전에 미리 담갔고, 가을에 갈무리해 절여놓았던 깻잎 꺼내서 달달한 깻잎 김치만 담그면 이제 한겨울 추위도 훈훈하게 넘어갈 수 있겠다.

  올겨울 마을회관 김장은 얼마나 하려나?... 해마다 마을회관 김장 양이 줄어든다. 그나마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 해 드시면서, 춥고 긴 겨울날을 서로 비스듬히 기대며 보내곤 하셨는데, 요양원이며 어르신 유치원으로 썰물 빠지듯 나가시니, 마을회관도 추수 끝난 텅 빈 들판처럼 쓸쓸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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