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교육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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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교육 아닐까?
  • 웅양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학부모 정규송
  • 승인 2023.12.2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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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연극 발표회를 마치고 전교생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2023년 연극 발표회를 마치고 전교생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거창 읍내에서 웅양으로 이사를 온다고 했을 때, 지인들 대부분의 말은 맞아, 주택에서 살면 좋지. 아이가 제일 좋아하겠네라는 말로 시작해서 그래도 애들 교육 생각하면 읍이 나을텐데라는 말로 끝났습니다. 자연 속에서 놀고 층간소음 걱정 없이 아이가 지내는 것은 좋지만, 학원과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읍이 좋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주택을 짓기에 좋은 입지조건, 나의 직장 포도밭과의 거리, 육아를 도와줄 할머니, 할아버지 집과의 거리 등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2022년에 웅양으로 이주를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다섯 살 아이는 지금 웅양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병설 유치원에는 우리 나이로 52, 63, 72명으로 총 7명이 한 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 수도 적고, 연령이 섞여 있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좋은 점이 훨씬 많았습니다. 누나, 형들을 보며 언어 자극이나 상호작용이 많아져서인지 말도 빨리 늘고 전보다 발달이 훨씬 빨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유치원 막내였던 친구는 올해 동생이 생겨 형 노릇을 하며 더 의젓해졌다고도 했습니다.

유치원생 숫자가 적으니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가능한 것도 큰 장점입니다. 유치원 참관수업을 두 번 참여했었는데, 모든 아이가 빠짐없이 참여하고 체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읍내 유치원이 한 반에 20명 내외로 구성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혜입니다. 학교 분위기도 참 좋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학교 등원, 하원을 할 때면 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저희 아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해 줍니다. 학생, 교사, 교직원 가리지 않고 학교 전체가 학생을 서로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라 초등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옆에서 보는 웅양초등학교의 모습은 예전에 유럽의 전인교육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는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연극동아리, 힐링캠프처럼 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과정들이 무척 많습니다. 올해부터 진행하는 공간혁신사업도 학생들이 기획단계부터 직접 참여를 했고 그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학교 숲놀이터가 곧 완공될 예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참여 중심의 교육과정이나 학교운영이 학생 수가 적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행복학교 지정, 공간혁신사업 공모와 같이 예산확보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고, 학생 주도적인 교육을 실현하려는 학교와 교사분들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업무가 많아질 수밖에 없음에도 항상 의지를 갖고 많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웅양초등학교에 이런저런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으면 학생 수가 유지되어 학교가 없어지지 않을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웅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그리고 계속 이곳에 터를 잡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야 할 농민으로서 웅양초등학교의 유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니까요. 하지만 이런 좋은 웅양초등학교의 모습은 거대한 도시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훗날 웅양초등학교를 돌아보면 아이를 생각하는진짜 교육을 먼저 실천했던 곳으로 생각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연극발표회 장면
'꿈 나눔 연극발표회'

 

얼마 전 웅양초등학교 강당에서는 꿈 나눔 연극발표회가 있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배우로 참가하는 연극발표회입니다. 이날 예술담당 선생님께서 이 행사를 열기 위해 1년 동안 연극수업을 한 것이 아니다. 1년 동안 연극수업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라 말해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수하면 어쩌지하며 덜덜 떠는 친구도 없고 끝나고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대신 연극에 참가하는 진지함, 열정과 몰입이 느껴졌고 순간순간을 즐기고 있는 여유와 위트가 느껴졌습니다. 커튼콜이 올라가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 이게 진짜 교육 아닐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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