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시대,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농촌 새활력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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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시대,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농촌 새활력 불어넣다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4.01.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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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농업 근로자 기숙사’ 착공
거창군 농작업 임금 안정화

지방소멸시대에 외국인 근로자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거창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를 바탕으로 농촌 인력난을 해소하고 농업 경영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시설재배 온실과 같이 지속적으로 농작업이 있는 사업장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으나, 밭농업과 같이 파종기와 수확기에 농작업이 집중되는 사업장에서는 임금이 낮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군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요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인력을 공급하는 데에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건비 문제와 중간 브로커(중개인) 문제다.

 

인건비 안정화 및 무단이탈자 방지

최근 몇 해에 걸쳐 농작물의 산지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농작업자의 인건비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사과작업 일당 20209.5만 원202110.5만 원202213만 원)하며 농가에 큰 부담이 되어 왔다.

이 문제에 대해, 거창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를 통해 농작업자를 공급하는 정책으로 대응했다. 거창군은 2022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를 선제적으로 시작했으며, 2023년 농가들의 인력수요에 100% 충족해 321명의 계절근로자를 최저임금(76,960)에 공급했다. 그 결과 임금안정(202213만 원 202311만 원)이라는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또다른 문제점인 중개인 개입 문제도 근로자 유치체계를 전면 개편해 해결했다.

근로자 선발·송환 과정에 개입해 임금을 갈취하는 소위 브로커라 불리는 중개인 문제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거창군도 사업 초기 중개인으로 인해 한차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그 당시 계절근로자는 중개인과의 거래를 통해 거창으로 유입될 수 있었고, 이로써 돈을 주고 계절근로자 선발 조건을 구매한 외국인 근로자 자신의 권리로 인식 됐다. 그 결과 고용주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조금만 힘들어도 다른 농가로 옮기려 했으며 임금갈취로 인한 무단이탈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에 군은 근로자 유치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외국 지자체(필리핀 푸라시)로부터 추천받아 근로자를 유치하는 방식에서 농가가 추천하는 성실근로자와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빙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 선발의 주도권이 군과 농가에 넘어갔고, 결과적으로 중개인을 전면배제하고 근로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 계절근로자들은 다시 입국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농가의 만족도는 자연스레 올라갔다.

중개인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재입국할 수 있게 되자 푸라시 근로자들의 무단이탈은 202218명에서 20231명으로 크게 줄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비닐하우스 작업 (사진=경남도 제공)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비닐하우스 작업 (사진=경남도 제공)

수요증가에 대응해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 추진

계절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치인원은 2022264명에서 2023321명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428명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체류 기간 연장제도를 통해 최대 체류 기간 5개월에서 8개월로 늘려 많은 농가에서 신규고용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인원이 2022264명에서 2023321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2024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요조사 결과, 116농가에서 428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기 원한다고 신청하였다. 이에 거창군은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창군은 20243월부터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이제 숙소를 제공하지 못하며 장기고용이 어려운 소농도 계절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시행 중인 농가형 계절근로자 사업은 장기계약을 체결한 농가에서 숙식을 제공해야 했고 최초 고용농가가 아닌 작업장으로 근무지를 변경하기 어려운 문제점(출입국관리소 사전승인 필요)이 있다. 이에 거창군과 북부농협은 20243월부터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은 농협과 계절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해 농가에 근로자를 단기 파견하는 사업이며, 본 사업을 통해 2024년부터는 특히 인력을 구하기 힘들었던 소농들도 저렴한 임금(8만 원)에 계절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최초 농업 근로자 기숙사착공, 농촌일손통합지원센터로 발전

거창군은 2022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 10월 거창읍 대평리에 농업 근로자 기숙사를 전국 최초로 착공했다. 기숙사는 4층 규모로 사무실, 교육장, 원룸(18호실)으로 구성돼 있고, 최대 72명의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다. 군은 202410월 준공 예정인 본 기숙사를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의 기숙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추진 중인 타시군구 19개 지자체는 통상 펜션을 임차해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선발과정에서의 중개수수료, 숙소임차비 등으로 인해 농가형 계절근로자 대비 높은 임금(평균 10만 원)으로 근로자를 알선하고 있다.

하지만, 거창군은 기숙사를 확보하고 중개수수료가 없어 최저임금 수준(8만 원)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계절근로자 고용상담실(농업기술센터), 농촌인력중개센터(거창시장 내),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무실(참여농협)을 통합해 농촌일손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농촌일손통합지원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계절근로자 수요 증가와 영농철 단기 일손 부족 문제에 대응한 적극 행정으로 안정적 인력 공급 체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창군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 유입 정책은 농업인에게는 인건비를 절감해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해 농업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할 방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유치는 피부색과 국적을 넘어 거창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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