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 인터뷰〕 거창청년 이명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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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 인터뷰〕 거창청년 이명진씨
  • 백종숙 편집국장
  • 승인 2024.01.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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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업은 산에서 짓는 농사입니다.”
청년 농업인에게도 융자사업이 아닌 지원사업이 필요합니다

거창의 동쪽 끝 마을 가북면 개금마을을 찾았다. 개금길 161-66, 가야산 농원은 거창읍에서 40분 거리이다. 거창읍은 빗방울이 떨어졌으나, 해발 870m인 가야산 농원은 눈발이 날렸다. 청년 농부 이명진 씨는 궂은 날씨에도 자잘하게 할 것들이 많아서읍에서 농장으로 출근했다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일대에 하얗게 눈이 쌓인 날, 이명진씨가 농장을 안내하러 나섰다.
                         일대에 하얗게 눈이 쌓인 날, 이명진씨가 농장을 안내하러 나섰다.

 

Q) 본인 소개 좀 해 주세요.

A: 저는 90년생 35살 가북면 개금마을에서 가야산 농원을 운영하는 이명진입니다. 결혼 2년 차이고, 아직은 따끈따끈한 신혼부부예요. 저희는 거창읍에 살고 부모님은 이곳에 사십니다. 저는 매일 농장으로 출근하고 아내는 읍내에서 미용업을 하고 있습니다.

 

Q)결혼과 연애 이야기도 좀 해 주세요.

A: 아내의 고향은 경산인데, 장거리 연애를 오래 했어요. 경산에서 거창으로 돌아올 때, 여자 친구가 김칫국에 계란 후라이를 해주었는데 그 맛에 감동해서 프러포즈했어요. 농사일은 고된 일들이라 밥심으로 일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늘 긍정적이고 응원해주는 아내가 있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Q)개금마을이 거창의 끝 마을이잖아요. 마을 소개도 해 주세요

A: 이 마을은 해발 800미터입니다. 옛날에 금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개금이라 불렀답니다. 어릴 때 계곡의 모래에서 사금을 분리하며 놀기도 했어요. 저는 개금분교를 나왔는데 폐교가 되면서 용암초등, 가북초등학교를 다녔어요. 개금마을이 버스 종점인데,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버스가 하루에 5대 정도 운행되었어요. 겨울에 눈이 많이 올 때는 버스가 종점까지 들어오지 못해 눈 속을 푹푹 빠져가며 걸어 다녔어요.

 

Q)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요?

A: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독림가(산림을 착실히 경영하였다고 인정받은 사람)로 산양삼을 재배하기 시작하셨어요. 그 뒤 2006년에 거창군 산양삼 재배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본격적인 산양삼 재배에 들어갔죠. 저는 조경학을 전공하고, 군 복무 후에 다른 일을 하다가 2016년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공모사업으로 집으로 들어오게 됐거든요. 저희 농장은 실질적으로 임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입니다. 특용작물이라 보시면 되고, 이거 가지고는 주 수입을 유지하지 못하니까 과수라든지 고랭지 채소도 재배하고 있어요.

 

Q)농사를 시작했을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처음 산에서 농사를 시작했을 때는 막막했습니다. 우선 임산물 생산이 농업이냐, 임업이냐가 난제였어요. 산에서 농사를 지으면 임업, 밭에서 농사를 지으면 농업이라고 구분하더라고요. 농림축산부 법령에는 분명히 농업과 임업은 하나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재배하는 산양삼은 임산물이어서 지원 사업 품목에서 제외되어 지원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농업과 임업을 분리하여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산에서 밭을 일구어 씨앗을 파종하고 관리하며 농사를 짓습니다. 산에서 생산한 임산물도 농업에 해당하고요.

현재는 제가 사과 농사도 짓고, 고랭지 채소도 재배해서 2023년도에 청년후계농정책사업에 선정되어 정책사업을 이행하는 중입니다.

 

Q)현재 임산물로 농업을 시작하려는 청년은 어느 정도인가요?

A: 현재 4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까지가 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임산물로 창업하려는 청년들도 늘어나긴 하지만 30대 청년들이 임산물로 농업을 시작할 수 있는 출구가 너무 좁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Q)출구가 좁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A: 임업을 하기 위한 임야매매, 정책 등 제한이 많아 진입이 어렵다는 겁니다. 가족 경영을 모태로 한 2세대 경영이 아니면 정부 지원금으로 땅 사고, 임산물을 재배해서 소득으로 이어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Q)현재 거창군 임업후계자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는 데 단체에 대해 이야기 해 주세요

A: 저는 2021년부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데, 사단법인 한국임업 후계자 거창군협의회 회원은 65명입니다. 신규로 회원이 들어오면 전문컨설팅도 해 주고, 재배기술 등을 전수하고, 회원들과 임업 관련 교육이나 전문지식 등을 교류하고 있어요.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조림사업, 숲 가꾸기, 산불 예방캠페인, 나무 나누어주기, 땔감 나눠주기, 거창 관내 나무 심기, 아림1004운동, 거창장학재단 기부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Q)임업후계자 회원들은 어떤 농사를 주로 짓나요?

A: 회원들은 산양삼, 돌배, 산나물, 더덕, 엄나무, 두릅, 병풍취, 하수오, 고로쇠 등 다양한 품목으로 농·임산물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대다수 농가가 친환경인증제도를 시행하여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발 1,040m고지의 가야산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산양삼
                      해발 1,040m고지의 가야산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산양삼

 

Q) 거창만의 산양삼 특징이 있나요?

A: 현재 거창산양삼협회에서 재배하는 농가가 30개인데, 재배면적이 400ha가 넘어요. 산양삼을 재배하는 타지역에서는 보통 묘삼(1년생, 2년생) 재배를 많이 해요. 그래야 빨리 수확이 되니까요. 근데 거창산양삼협회에서는 우리는 무조건 씨앗을 파종해서 재배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거든요. 거창의 지역 특성상 산양삼 재배지의 부엽토 토질이 전국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한국임업진흥원에서 발표되었어요. 그것 때문인가 모르겠는데 경상대학교에 거창 산양삼 성분 검사를 맡겼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F3(진세노사이드) 함량이 60~70%가 많은 걸로 나왔어요. 묘삼 재배와 파종 재배의 차이냐고 물었더니 그럴 가능성도 있는데 단순 검사로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런 데이터는 저희한테 아주 소중한 거죠.

 

Q)청년 농업인으로써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청년 농업인을 지원하는 부서가 있어 섬세하게 관리하면 좋겠습니다.

거창군이 청년을 위한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청년 농업인도 넓은 의미의 청년에 해당하지만, 정말 청년 농업인을 미래를 책임지는 1차산업 종사자로 여긴다면 청년 농업인을 지원하는 담당 부서가 생겨 섬세하게 관리하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 농사를 선택해도 시행착오라든지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말입니다.

-청년 농업인에게도 융자 사업이 아닌 지원 사업이 필요합니다.

현재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정책사업은 융자사업 형태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연금리 1.5%는 처음 도전을 위해 정말 좋은 정책처럼 보입니다. 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씨를 뿌린 후 4년 만에 수확합니다. 사과나무도 심은 후 4년이 지나야 수확하죠. 융자는 왕창 내줘 놓고 보조사업은 못 끼어들게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사과 농사짓는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 사과 농사지어서 사과 팔고 처음으로 수익을 내고 나니 기분이 좋았는데, 연말 돼서 대출금 나가고 나니까 돈이 없어요. 힘들어요.” 그러더라고요.

-거창군 농업인 지원 사업에 청년 농업인을 위한 예산 편성이 필요합니다.

거창군에서는 농촌 고령화와 여성화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 농작업 편의를 위해 농기계 구입비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청년 농업인이 선정되기 어려워요. 선정기준이 경작면적, 영농경력, 연령 등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옛날에 기계도 없는 시절에 농사지은 분들이 몸이 안 좋아지고 하니까 기계를 타고 하라는 취지는 알겠지만, 청년 농업인도 농기계를 구입해야 농사를 짓습니다.

-농사를 위한 교육이 농업생산이 바쁜 시기가 아닌 농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농사가 끝나고 놀 때 교육을 많이 받게 해줘야 하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과 한해가 시작되는 시점이 겹치다 보니 교육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 막상 3월이 되면,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교육도 같이 시작되죠.

 

Q) 지금은 농한기잖아요. 무얼 하고 지내세요?

A: 농사일하면서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일하다 허리디스크가 파열되어 좋아하던 운동을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12월은 제게 방학입니다. 그간 핸드폰에 메모해 두었던 하고 싶은 것도 하구요, 아내랑 여행도 다니고, 농장도 둘러보며 해야 할 일도 하고요. 청년 후계농으로 선정되면 교육을 120시간 이수해야 해서 교육도 듣습니다. 농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면 40시간을 인정하니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며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Q)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가야산 농원에서 안전한 먹거리, 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재배하고 생산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농업을 체험하거나 직접 소비자들이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캠핑장, 팜핑장, 숲경영체험림 등으로 농업을 경영해 보고 싶습니다. 직접 농작물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만이 부가가치 창출이 아닌,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 또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불어 농장을 대표하는 저조차 일하러 가기 싫은 농장이 아닌, 일하러 가고 싶은 농장을 만드는 게 꿈이며, 새해를 맞이하여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야산 농원의 한 농부의 아들로서 2024년을 발판으로 더 열심히 농업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내려오는 오는 길에 4-H 회원모집 현수막을 보았다. “농업이 미래다, 청년이 희망이다.” 한들신문은 땅과 사람을 살리는 농업, 청년이 희망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청년 농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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