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 올랐다고 사과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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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값 올랐다고 사과 수입?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4.02.02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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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질랜드 요청에 수입위험분석 절차 3단계 진행 중
거창사과농가, 심각한 타격 우려에 공동대응 나서
▲ 거창군 농민회에서 미국·뉴질랜드산 사과 수입 추진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 거창군 농민회에서 미국·뉴질랜드산 사과 수입 추진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미국, 뉴질랜드와 사과 수입을 위한 검역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전국적으로 관련 지자체와 사과 농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0일자 한 매체에서 보도한 <정부, 사상 첫 사과 수입 추진 ·뉴질랜드와 협의중”>에 따르면, 농식품부 관계자가 그동안은 재배 농가를 고려해 사과 수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였지만, 최근 사과값이 너무 뛰다 보니 소비자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사과 수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과, , 복숭아, 오이, 고추, 수박, 대추 등 8개 작물은 신선 및 냉장 상태로는 모든 국가로부터 수입이 금지돼 있다. 사과 수입과 함께 예상치 못한 병해충이 국내에 들어와 재배종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수입위험분석 3단계 진행 중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사과, 배 뿐만 아니라 오렌지, 망고 등 수출국에서 수입허용 요청한 농산물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수농산물에 대해 수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밝힌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외국산 농산물을 들여올 때 병해충 유입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8단계를 거친다. 현재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위험분석 절차 개시를 요청한 국가는 11개국인데, 미국과 뉴질랜드는 3단계인 예비위험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외래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를 대비해 그 위험도를 평가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인데, 사실상 신선과일의 수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외국과 협의를 한다는 것은 결국 검역절차를 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지점이다.

· 물가안정과 식량안보 위한다는 단기 물가 정책에 농민 소외

앞서 정부는 올 1월부터 이미 사과 수요를 대체할 다른 과일을 수입하고 있다. 과일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인 21종에 대해 관세 면제·인하를 통해 상반기 중 총 30만 톤을 신속 도입하는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해, 1월 중 시작하여 6월 말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사과에 대한 수요를 다른 과일로 돌리려는 시도다. 물가 안정은 정부의 당면한 과제로서 정책과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조치 이후 사과 원물을 수입하려고 추진하는 것이 문제다.

요즘 사과값이 예년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4년여 만에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이상저온과 우박 등 줄 이은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단기 처방에만 매달려 외국산 사과 수입을 강행한다면 큰 폭으로 치솟은 각종 영농자재비와 인건비, 자연재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사과 농사를 지어온 농가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국내 사과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식량 안보를 지키는 길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가 닥쳐 세계적으로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결국 식량이 무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도리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농업정책이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놓고 임기응변식으로 수입량을 조절하는 것에 집중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 “물가 잡으려다 사과농가 다 잡는 다규탄하는 농민들

이에 사과 주산지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신효광 경북도의원(청송)125일 제344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지난해 전국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사과 가격이 예년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출하할 물량이 없어 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면서 사과 시장 개방으로 생산 기반이 무너져 외국산 사과에 의존하게 된다면 우리는 먹거리 주권마저 잃게 된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사과 수입 추진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도 사과 수입 시도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물가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곳은 다름 아닌 우리 농촌과 농민들임을 정부가 망각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수입 필요성 논리로 밝히고 있는 기후위기때문에 우리 농민들은 매년 각종 재해에 시달리면서 불안정한 작황과 급격한 가격변동으로 늘 전전긍긍하고 있고, 물가상승때문에 치솟는 인건비와 비료값으로 생산비조차 제대로 건지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거창군 농민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거창지부, 사과발전협의회 등은 수입에 의존한 단기 농축산물 수급 정책은 자칫 국내 농업의 생산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공동 행동에 나섰다.

전국사과생산자협회 거창지부(사과협회)는 지난 1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에 사과 수입을 위한 모든 협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사과협회는 사과값 폭등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사과값이 급등해도 생산농가들의 수입은 전년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거창 관내 사과 농가 및 농민단체들은 거창읍 일원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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