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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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이 없다
  • 농업인 백상하
  • 승인 2024.02.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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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바뀌었지만, 지난해의 혼란스러움은 지속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러시아도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이스라엘은 두 국가 체제를 거부하고 하마스를 멸절시키겠다고 연일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들의 몫이다. 바깥세상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꽤 심각해 보인다신문 기사 댓글을 보면 양극단을 달린다. 정치 관련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농업 관련 기사 댓글도 온통 도시인들을 대변한 글들로 가득 차 있다. 사과값이 올라 사과를 수입한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사과값을 내리기 위해 수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거기에 사과 수입으로 인한 국내 농업 기반 파괴를 걱정한다든지 수확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사과 가격 인상이 당연하다는 등의 농민을 옹호하는 입장은 하나도 보질 못했다.

  세대 갈등도 마찬가지다. 태극기 부대, ‘틀딱으로 대변되는 노인 폄하 발언과 함께 그들을 다른 세상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젊은이들의 행태 또한 전적으로 옳다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노인들의 정치 편향성이 옳다거나 두둔하는 건 아니다. 무엇이든지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했다.

  SNS나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세상이 되어 편향성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다. 삶의 판단 기준이 물질로 획일화되고 그 재화를 벌어 들이기 위해 더 거친 경쟁 사회로의 노출이 심화되면서 자기 입장에 매몰되는 경향이 더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새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작은아버지는 1945년생이며 우리 나이로 팔순이 되자마자 돌아가셨다. 작은아버지는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약간은 거친 분이었고 결혼 후에도 잦은 음주와 그에 따른 언어폭력, 도박까지 섭렵하면서 나쁜 남편의 전형으로 사셨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분이어서 그런지 장례식장에서 본 숙모와 사촌 동생들의 표정에는 큰 슬픔이 보이질 않았다.

  장례식장을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작은아버지는 왜 그렇게 사실 수밖에 없었을까? 작은아버지가 보낸 세월을 되짚어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면서 살아내야 한다는 압박이 컸을 것이다.

  해방둥이로 태어나셨으니 유년 시절에 6.25를 겪었고 청년 시절에 자본주의의 급격한 이식, 발전에서 오는 부작용과 주류로 편입되고자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으며 박정희, 전두환을 관통하는 비민주 억압사회에서 통용되던 권위주 의까지 온몸으로 겪어내었으니, 자신이 중심을 잡지 못한 경우 그렇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작은아버지의 삶의 방식을 변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분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상은 혼자서 살지 못한다. 모두 어울려서 어울렁더울렁 살아가야 한다. 살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며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최소한 인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양극단이 판치는 현상은 오히려 세상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내가 아닌 다른 쪽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쪽 아니면 저쪽을 강요하는 세상은 위험한 세상이다. 중간도 있어야 하며 그 중간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타협하면서 완충지대를 만들고 그것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이 아닐까? 다 같이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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