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아이」 “반창고, 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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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이」 “반창고, 반창고!”
  • 한들신문
  • 승인 2024.02.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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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사노요코 황진희 옮김(거북이북스2016.12)
    글 그림 사노요코/ 황진희 옮김(거북이북스2016.12)

 

  ​​​​우리는 모두 태어났다. 우리 의지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온통 의문으로 남긴채 저마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태어났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건 안다. 필멸의 존재이다. 그런데 태어나는 걸 선택한다는 그림책을 만났다한 번도 이렇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정말 낯설고 어려운 책이었다. 2018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 왔다. 번역가 황진희 님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는 말을 듣고 친필 사인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아~ 무슨 말을 하는 그림책이지?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주고 여러 해를 묵혔지만, 여전히 내겐 어려운 그림책이었다. 그러다가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라는 소설책을 읽게 되었다. 태어난다는 거, 몸이 있다는 거, 살아간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태어 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문구를 봤다.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태어났지만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아무런 상관도 없이 살아가는 건 태어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걸까? 그건 진짜 삶이 아니라고 말이다.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았으니 배가 고프고 사자가 으르렁대고 모기에게 물리는 것이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태어나고 싶지 않은 아이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가 개에게 물려 아파하니 엄마가 반창고를 발라주는 걸 보게 됩니다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태어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큰소리로 처음 외친 말이 반창고, 반창고였습니다.

엄마!”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마침내 태어났습니다. 이제 태어난 아이는 배가 고프면 먹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고 모기에게 물리면 가려워하고 바람이 불면 깔깔깔 웃었습니다.

태어난 아이는 공원 저쪽에서 걸어오는 여자아이를 보고 손을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내 반창고가 더 크다!”

밤이 되었습니다.

태어난 아이는 잠옷을 입고 엄마한테 말했습니다.

이제 잘래. 태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야.”

엄마는 웃었습니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를 꼭 껴안고잘 자라고 입 맞추었습니다.

 사는 건 아픈 거고 내 아픔을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는 거,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반창고를 붙여주는 사람이 되는 거,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책인 거 같습니다. 산다는 건 관계를 맺는 거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게 아닐까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석판화와 펜화로 어우러져 있는데요. 네가지 색채를 쓰고 있어요. 파랑과 노랑이 주조를 이루는 장면과 빨강과 초록을 쓰고 있는 장면으로 나눠 볼 수 있겠어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시면 재미있는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쁘거나 귀엽게 표현하지 않은 그림인데, 계속 보게 되는 개성이 강한 그림입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세요. 그림책의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느끼실 수있을 거예요~ 강력히 추천합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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