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통일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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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통일을 논한다
  • 역사학자 신용균
  • 승인 2024.02.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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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전쟁이라도 일으킬 기세다. 과거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이제 젊은이들이 북한지역을 여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제 생전에 북한지역 역사유적답사도 힘들겠다 싶다. 어떤 통일이든 통일이 쉽겠는가마는 한반도의 통일은 더욱 어렵다. 남북과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난 80여 년의 분단사가 이것을 증명한다.

  분단은 냉전의 산물이다. 2차 세계대전은 세계 3대 분단국을 낳았다그중 둘은 통일되었다. 베트남과 독일이다. 그 시점에 주목한다. 베트남은 냉전이 화해 분위기로 전환되던 때, 독일은 냉전체제가 종식된 때에 통일되었다. 모두 세계체제의 전환기다. 분단이 국제질서의 산물이므로 통일 또한 그 변화 속에서 가능했다. 그렇다면 냉전 때문에 분단되었던 한반도는 왜 아직 그대로인가.

  분단의 늪이 깊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3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1차는 지도상의 분단, 1945년 일제의 패망 직전 미국은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고자 지도위에 38선을 그었다. 2차는 영토의 분단, 1948년 남북에 각각 다른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38선은 국경이 되었다. 3차는 감정의 분단, 19536.25 전쟁이 끝나자 남북한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다. 그 골이 깊으니 아직도 휴전상태다. 그런데도 남북이 통일을 포기 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강렬한 민족주의다. 흔히 민족주의는 근대에 형성되었다고 본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이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1870년대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연구에서 서양의 민족주의가 근대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고증했다.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책에서 흔히 전통은 실제 근대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근대민족형성설은 역사학계의 통설이다.

  한민족은 이와 달랐다. 전근대에 이미 민족공동체와 민족의 동질감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한민족이 통일국가를 유지한 것은 적어도 1천여 년이니, 서양 및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비교된다. 세계사에서 독특하지만, 한국사학자들은 대체로 이 사실을 인정한다. 이토록 강렬한 민족주의를 지닌 한민족은 외세에 의한 분단을 용납할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는 삼국통일 후 1300년 만의 분단이었으니. 이것이 남북한을 막론하고 어느 정권이든 통일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이다.

 둘째, 분단의 부당성이다. 분단의 원인은 외인론과 내인론으로 나뉜다.

 외인론은 외세가 분단의 1차 원인이었다고 보고, 한국인이 어떤 노력을 했더라도 분단을 피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내인론은 설령 외세의 간섭이 있었더라도 한국인이 단결했다면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분단의 1차 원인을 국내 정치세력의 분열에서 찾는다. 둘 중 실천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내인론이 주목된다오스트리아가 좋은 사례다오스트리아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패전 후 미···4개국에 의해 분할 점령되었다. 국가가 분할 해체될 위기, 이때 정치가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단결해, 영세중립을 선언하고 공동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위기를 모면할수 있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반대로 행동했다. 우파는 미국에, 좌파는 소련에 의지해 정권을 잡으려고 했다. 심지어 이승만은 남한 단독정부론을 주장했다. 이에 여운형과 김규식 등 민족 지사들은 좌우합작을 통해 통일 국가를 수립하려고 했으나, 좌우익, ·소에 압살당했다. 분단 후 남북은 각각 상대를 괴뢰(傀儡)’라고 비난했으나, 민족의 차원에서 보면 분단의 주역이었을 뿐이니, 어찌 정당성이 있겠는가.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통일 뿐이었다.

  방향은 무력통일, 평화공존을 거쳐, 결국 평화통일로 귀결되었다6.25 전쟁으로 무력통일의 불가능이 증명되었고, 데탕트 이후 평화통일을 합의했으니 7.4 공동성명이다. 냉전 해체 후에는 한층 진전되어 각종 합의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이것이 대세다. 남북의 합의와 주변 4대 강국의 동의가 통일의 조건이다. 지금은 미국 패권에 중··북한· 이란 등이 도전하는 양상. 현 정부의 미·일 편향외교와 중··북을 등지는 정책은 명확히 궤도이탈이다. 발전된 민주주의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책의 일관성을 지니는 법. 하물며 민족의 명운이 걸린 통일에 관해서랴. 한시바삐 제자리를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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