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61】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작은 학교, 주상초등학교
상태바
【작은 학교 이야기 61】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작은 학교, 주상초등학교
  • 주상초등학교 학부모 김리안
  • 승인 2024.02.05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창으로 귀촌한 지 8년이 되었다. 아이를 작은 학교에 보내겠다는 결심은 귀촌할 때부터 가진 생각이었다. 나는 시골에 온 이상, 학교도 시골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게 면 지역의 작은 학교였다.

  여러 작은 학교를 알아보다 마음을 끄는 학교가 생겼다. 바로 주상초등학교였다. 특히 교장 선생님이 다정다감하시고 친절하셨다. 학교도 마음에 들었다.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서 내공이 단단해 보였다.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었지만,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었다. 아마 작은 학교를 염두에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바로 학생 수였다. 한 반에 학생 수가 적다는 것, 그 부분에서 많은 부모님이 작은 학교에 대한 마음을 접게 된다. 우리 역시 2023학년도 입학생이 여섯 명뿐이어서 고민이 되었다. 더구나 여학생은 딸 아이 혼자였다. 작은 학교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동성 친구도 없는 학교로 아이를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학교도 좋고 선생님도 좋지만, 초등학교는 친구가 제일 중요한데 아이를 더 좋은 환경 에서 교육하고 싶어 보내는 작은 학교인데친구가 없어 외로운 건 아닐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들로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그저 여학생이 한 명만이라도 입학하기만을 바라고 애써봤지만, 결국 여자 친구 없이 입학식을 치렀다.

▲ 행복학교 학부모 연수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 행복학교 학부모 연수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딸은 너무나 잘 적응하여 재미있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마도 외향적인 성격에 친화력 좋은 딸의 성향 덕이 큰 것 같았다. 작은 학교는 학년 구분 없이 함께 교육받는 일이 많다 보니 전교생이 형제자매처럼 어울려 지냈다. 아이 역시 2학년 언니들과 금방 친해져서 동성 친구가 없어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적응하는 존재였다.

  주상초에 다니며 성장하는 것은 아이뿐이 아니었다. 우리 부부도 마치 학교에 다니듯이 학교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주상초는 선생님들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학부모들이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3, 바로 12일의 학부모 연수가 있었다. 작은 학교 특성상 학부모들의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 보니 마음이 금방 통했다. 교장 선생님도 학부모회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주셨다. 연수 이후 아이들끼리도 급속도로 친해졌고, 학부모회의 소통도 훨씬 원활해졌다그리고 자주 모여 친목도 다졌다. 그러면서 학교 행사도 함께 기획하고 뜻깊은 이벤트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 뒤엔 늘 학부모회를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주시는 교장 선생님이 계셨다. 학부모회를 믿고 어려운 부분은 직접 해결해 주셨다. 무엇보다 교장 선생님 본인이 학부모님들과 함께 활동하시는걸 아주 좋아하셨다. 그런 교장 선생님이 이제 임기를 마치고 다른 학교로 가셔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동안 교장 선생님 덕분에 행복학교로서 기틀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니 보내드리기가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교장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꿈을 펼치시길 기원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좋은 교장 선생님을 모시기 위한 교장 공모제를, 학교 구성원 모두의 찬성으로 잘 이뤄낸 것이다. 학교 구성원이 직접 선택한 교장 선생님과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주상초등학교, 우리 학교의 모든 날을 응원하고 함께 하고 싶다.

  작은 학교란 그런 곳이 아닐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같이 나아가는 학교 말이다. ‘시골살이를 하지 않았다면, 주상초에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행복이 여기에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