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양면 하성지역의 특별한 신년회와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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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양면 하성지역의 특별한 신년회와 북콘서트
  • 위천,북상면 박정임통신원
  • 승인 2024.02.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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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하성마을역사연구회는 아주 특별한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14개 마을 주민들, 역사연구회 회원들과 초대 손님들로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는 아침부터 북적였다. 신년 인사회는 1부 새해 인사, 2<봉우네 이야기 3> 발간 책잔치, 3부 떡국 나누기로 이어졌다. 시골 마을에서 보기 드문 행사였다.

  예전에는 설 명절이면 집안 어른은 물론 마을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렸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집집이 세배하러 다니기도 어려워, 차츰 마을 회관에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세배를 했다. 이런 설날 세배도 젊은 층이 없으니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성마을역사연구회의 신년 하례식은 사라져가는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2부는 책잔치였다. 하성역사연구회는 벌써 5권째 책을 발간했다. 내가 하성(적화)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하성성곽 지도>를 그리게 되면서부터이다. 하성(적화)에는 삼국시대의 성곽인 하성(霞城)’이 있다. 역사연구회는 하성을 알리기 위해 지도를 그리고 안내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나는 하성(적화)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는 적화면이었다가 1950년 적화가 하성으로 이름이 바뀐 냉전 시대의 역사부터 땅값이 거창에서 가장 싼 덕분에 귀촌했다는 목사님 이야기까지도.

  <봉우네 이야기><기억하성>은 지역을 지켜온 마을 사람들과 후배들에 의해 마을역사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다. <봉우네 이야기>는 하성마을역사연구회에서 발간했고, <기억하성>은 하성마을역사연구회와 함께 마을영상기록 작업을 해 온 한들신문이 발간한 책이다.

  2부 책잔치가 시작되자, 마을 분들은 안경이 없어 읽기가 힘들다면서도 진행자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 신오산마을 이상출 어르신의 축시 선대의 발자취를 찾아서는 하성마을역사연구회의 존재의 이유를 알게 해주었다.

 

                                            하성학교제1회 졸업생 권무생어르신 인터뷰
                                            하성학교제1회 졸업생 권무생어르신 인터뷰

  이어진 14개 마을의 주민 인터뷰 영상에서 당신의 삶보다 더 위대한 이야기는 없다. 당신의 삶을 우리가 기억하겠다. 참 잘 살아오셨다.”는 이야기가 감동이었다. 웅양면에 사시는 분이 행사를 위한 축하 노래를 불렀고, 지역의 문화재인 봉수대 발굴 소식을 정쌍은 선생이 전해주었고, 책 속에 하성초(웅양제2심상소학교) 1회 졸업생 권무생(96)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날 할머니를 직접 무대로 모셨다. 군암마을에서 태어나 18세에 할목재를 넘어 높은다리(고제)로 시집을 갔다고 한다. 33세에 남편을 여의고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고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서도 일제강점기에 5명의 여학생이 학교에 다녔다며, 신년회에 참석하면 초등학교 친구들을 혹시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며 섭섭해하셨다.

  나 태어난 적화 땅에 농사꾼 되어/ 꽃피고 눈 내린 지 어언 60/ 적화 어르신 자신의 삶이라며 <적화 농사꾼의 노래>를 부르며 책 잔치는 막을 내렸다. 보통의 신년회에서 볼 수 없는 신년인사와 책잔치가 어우러진 멋지고 가슴 찡한 잔치였다. 식당에는 떡국과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공식행사를 마친 일행들은 <마을인생기록관>으로 향했다. 마을마다 기증한 물품과 책, 삼국시대 유물로 추정된다는 송산마을의 토기, 국수를 뽑는 기계 등등 마을인생기록관은 또 하나의 하성지역 명물이었다. 자식이 아닌 이 지역에 사는 후손들이 마을에 살다 간 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곳, 이곳이 바로 하성인생기록관이라고 소개했다. 지역 소멸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이 지역은 생동감이 넘친다. 작년과 또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곳은 늘 궁금하고, 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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