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교 웅양초 이야기를 담다 8】 얘들아, 글똥누기 하자!
상태바
【행복학교 웅양초 이야기를 담다 8】 얘들아, 글똥누기 하자!
  • 이영한 선생님
  • 승인 2024.02.26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1~6학년 각 학급의 문집
                                                         ▲ 1~6학년 각 학급의 문집

  겨울방학을 하고 일 년 동안 찍은 사진과 아이들의 글을 정리했다. 함께 빵 터지며 웃었던 일, 싸웠던 일, 즐거웠던 일, 마음 아팠던 일, 혼냈던 일. 꼬마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사진은 정리해서 앨범으로 만들고, 아이들이 쓴 글은 학급문집으로 만들었다. 생생한 표정이 담긴 사진에 생각이 담긴 글을 더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20233.

얘들아, 글똥누기 하자!”

? 글똥누기요? 똥싸요? 뿌지직?”

1학년 아이들과 첫 글똥누기 하는 날의 대화이다.

  올해도 1학년 친구들을 만나고 웅양에서 매년 해왔던 것처럼 아이들과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이제 한글을 배우는 1학년 아이들이 어떻게 글쓰기를 하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말똥누기로 시작하였다.

오늘 끝까지 제대로이야기를 읽었는데 어땠어?”

너희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고 싶 은 일은 뭐야?”

축구요.”, “태권도요.”, “인라인스케이트요.”, “피아노요

? 왜 끝까지 하고 싶은데?”

  조잘조잘 잘도 말한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생각을 물어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바로 바로 나오는 대답들을 연결하여 문장을 만들어 준다. 만들어진 문장을 함께 읽어보며 아이들은 흐뭇해한다. 글똥누기를 한거다.

  한글을 익히고 이제는 제 손으로 글을 쓴다.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두 줄이 세 줄이 된다. 조금은 서툴고 삐뚠 글씨로 제법 진지하게 글을 쓴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말로 하면 안돼요? 말로 하는 게 더 좋은데.” 한다.

  3월부터 12월까지 학급에서 있었던 일(선생님 놀라게 하기 대작전, 쉬는 시간 발표회-웅양초등학교의 비밀, 비오는 날 산책, 오늘의 사건 등), 학교 행사(다모임, 승마체험, 목재체험, 힐링캠프, 숲프로젝트학습, 연극발표회 등)에서 경험한 일, 집에서 가족과 있었던 일 등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글의 주제가 된다. 나는 아이들이 경험하고 그 시간 속에서 느낀 것들과 떠오르는 생각을 표현할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냥 느끼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표현 하다보면 기쁨은 두 배가 되고 속상한 마음은 달래지고 더불어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꾸밈없고 솔직한 아이들의 글이 참 좋다.

  선생님 '놀래키기'를 성공해서 좋았다는 지효, 첫 다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떨렸던 마음이 하고 나니 사라졌다는 시윤이, 동생과 같이 자기로 했는데 동생이 엄마한테 가버려서 화가 부글부글 났다는 가연이, 동호숲에서 거미줄 놀이를 하며 아슬아슬했다는 도윤이. 우리 1학년 네 명의 친구들이 쓴 글을 읽다보면 나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가득한 글쓰기가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드디어 오늘 1학년부터 6학년 각 학급의 문집이 학교에 도착했다. 6개의 문집을 쫙 펼쳐 놓고 보니 방학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애쓰셨을 다른 선생님들의 마음이 나와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쓴 글을 다시 살펴보니 아이들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일 아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                                                                         

                                                                                              2024년 2월6일 화요일

                                                                          웅양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이영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