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꼬마 게야」 “단단히 마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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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꼬마 게야」 “단단히 마음 먹어!”
  • 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옥
  • 승인 2024.03.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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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그림 크리스 호튼/ 번역  노은정 (비룡소, 2019)
                                글 그림 크리스 호튼/ 번역  노은정 (비룡소, 2019)

  3월은 분주하고 설레는 계절이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발은 낯선 세계로 나가기가 두렵기도 긴장되기도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졸업과 입학의 관문을 통과하는 학생들, 그리고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이 넘어야 할 파도는 만만치 않다. 단단히 마음먹어야 한다.

  《걱정 마, 꼬마 게야는 이런 새 출발을 하는 이들에게 넌지시 걱정 마, 괜찮아하고 말을 건넨다.

  하루는 작은 웅덩이에 살던 꼬마 게와 아주 큰 게가 바다에 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둘은 따각 따각, 뽈뽈 바위를 넘고 넘어 바다에 이른다. 꼬마 게는 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하고 씩씩하게 말하지만 용솟음치는 파도, 망망대해 앞에 움츠러들고 자신 없다.

저기 봐요!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요!

휩쓸리지 않게 꽉 잡아요!

마음 단단히 먹어요!

  하며 조금씩, 조금씩 파도에 맞서 나간다. 꼬마 게는 무서워하며 집에 돌아가고자 하나 아주 큰 게가 걱정 마, 꼬마 게야내가 옆에 있잖아. 몇 발짝만 더 오면 돼!”하고 다독여준다.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바다에 발을 담그고 어마어마한 파도에 맞선다. 마침내 꼬마 게와 큰 게는 바닷속 세계에 들어선다. 온갖 화려한 색깔의 바닷속 세상은 그동안 꼬마 게가 봐 왔던 세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드디어 꼬마 게는 돌아가는 길에 이쪽 길로 한번 올라가 보고 싶어요.” 하면서 앞장서서 나아간다. 아주 큰 게는 이제는 너도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 하면서 둘은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난다.

  이 그림책은 꼬마 게와 아주 큰 게가 바다로 가는 여정을 그렸다. 특히 꼬마 게가 앞장서 나가는 마지막에 많은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을 아기 게와 엄마 게로 한정하지 않은 것은 요즘 의 관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정적인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계로의 인식 확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확장에도 불구하고 꼬마 게와 아주 큰 게는 아이와 엄마로 읽을 때 더 공감이 간다.

  작은 웅덩이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은 우리 인생의 길을 상징한다. 아이가 커서 부모 품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모습이다.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을 허옇게 이를 드러내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하여 한 화면에 배치하고 큰 게 뒤에 숨어 있는 꼬마 게를 다른 한 화면에 두고 대치시켰다. 이 장면 에서 집채만 한 파도가 꼬마 게와 큰 게를 집어삼킬 듯하다.

  큰 게는 몇 발짝만 더 오면 돼!” 하고 응원하고 꼬마 게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내밀어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은 뭉클하고 인상적이다.

  그림은 꼬마 게와 큰 게에 집중하여 배경은 생략하였고 단순화하였다. 꼬마 게와 큰 게가 언덕을 내려와 바다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포착했다. 파도는 역동적으로 작은 파도에서 큰파도로 파랗게 화면 가득 채우고 바위에 부서지는 흰 포말로 생동감을 더했다. 꼬마 게는 비록 큰 게 뒤에 몸은 숨겼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요!’라고 자신을 격려한다.

  마음 단단히 먹고 주위에 휩쓸리지 않고 들어간 바닷속 세상은 황홀경이다. 색채가 살아나 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색채로 표현하였다. 이제까지 파란색이 주조 색이었 는데 빨강, 초록의 화려한 색깔로 대비되었다. 꼬마 게는 또 다른 미지의 길을 가고 싶은 용기를 얻고 자신의 길을 간다.

  꼬마 게의 성장과 큰 게의 격려를 담은 이 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다 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이 생길 것이다. 꼬마 게 옆에 있는 큰 게처럼 언제나 옆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 누군가에게도 이 책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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