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인터뷰】 거창 청년 김혜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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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인터뷰】 거창 청년 김혜진씨
  • 취재 글 백종숙 편집국장
  • 승인 2024.03.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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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농 지원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 딸기하우스를 소개하는 김혜진 씨
                                                     ▲ 딸기하우스를 소개하는 김혜진 씨

  남상면 송변마을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청년 농업인 김혜진 씨를 만났다. 송변마을에 들어서니 가슴이 탁 트인다. 어떻게 이런 풍광을 가진 마을에 살게 되었나 궁금해졌다세 아이의 엄마이자, 청년 농부인 김혜진 씨의 거창으로 정착 과정, 귀농인이 본거창 사회 이야기, 작은 학교, 딸기 농사, 그녀의 꿈을 2회에 걸쳐 담고자 한다.

 

저는요

  청년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김혜진입니다. 제 고향은 부산이고, 딸 셋을 둔 엄마이자, 딸기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입니다. 거창에 올 때만 하더라도 청년이었는데, 이제 거창군에서 규정한 청년 나이(45)도 까닥까닥합니다. (웃음~)

남편 고향이 거창

  거창은 남편 고향이에요. 남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산으로 이사를 왔데요. 결혼하고 남편은 거제 조선소에서 일했는데 퇴직하고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제가 도시 태생이라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해요. 조선소에서 일하는 동안 학자금이 나오니까, 힘들어도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참고 일해왔죠. 근데 조선소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남편은 시골로, 고향인 거창으로 가는 게 어떠하겠느냐고 했어요. 저도 거창에 가서 농사짓고 살면 괜찮겠다 싶어 흔쾌히 가자고 했죠.

청년 창업농에 선정되다

  남상에서 3년 임대 계약을 맺고 딸기 하우스를 하던 중, ‘청년 창업농으로 선정돼서 인근에 땅과 하우스 일부를 샀어요. 지금은 딸기 하우스 12동과 육묘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정부의 청년 창업농 지원이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진짜 가진 거 없이 와서, 청년 창업농에 선정이 안 됐으면 아직도 임대 하우스에서 농사짓고 있을 거예요. 청년 창업농이 자리를 잡기까지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려요. 청년 창업농 지원 정책도 청년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도 농장도 남상으로

  거창으로 이사해서 집은 마리면 진산에 있었, 농어촌공사와 연계해 남상면에 있는 하우스를 임대해 딸기 농사를 시작했어요. 마리면에 몇 개월 살았는데,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집이 팔렸다고 해서 살 집을 구하러 다녔어요. 마을마다 빈집이 있어도 아무도 팔려고 하지 않았고, 빌려 주려고도 하지 않아 집 구하는 일이 어려웠어요.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동네를 찾았어요. 바로 남상면 송변마을이에요.

  거창으로 오기 전에 캠핑을 자주 다녔는데, 여기에 오니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요. 송변(松邊) 마을에서는 문만 열면 앞이 확 트인 풍광이 펼쳐져요. 우리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은 어떻게 이런 곳을 알고 이사를 왔느냐고 다들 부러워해요.

남상에서 딸기 농장을 하다

  딸기농장이 거창읍 월천에 많은데, 하우스가 많이 들어선 곳은 물이 아예 안 나오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딸기 농사를 짓기에 월천이 남상보다 일조량도 많아 유리하지만, 일조량보다 더 중요한 건 물이라고 했어요. 딸기 농사는 지표수로는 안 되고 지하수여야 해요. 남상은 어디를 뚫어도 물이 풍부해요. 또 읍에서 자가용으로 10분 거리에 있어 가깝고요.

시골살이

  평소 조용한 거 좋아하는 분은 물론 시골살이가 불편하지 않겠지만, 저처럼 활동적인 거 좋아 하는 사람도 시골살이는 정말 좋아요. 여기는 시간 내고 마음 내면, 할 수 있는 게 얼마든지 있어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울 기회도 많고요거창은 도시와 달리 관공서가 다 몰려있어 좋아요. 도시에서는 행정업무를 보려면 시청에서 구청으로, 세무서로 서류 하나 떼러 다녀도 시간이 걸리는데, 거창은 관공서가 다 몰려있어 편리하고, 걸어가기도 좋아요. 가게도 있을 것은 다 있어요. 이렇게 편한 동네가 있다니 싶어요. 이 곳에 계속 사시는 분은 모르겠지만 저는 신기했어요.

 

          ▲ 감악산에서 촬영한 가족사진 (큰 딸은 기숙사에…)
                                      ▲ 감악산에서 촬영한 가족사진 (큰 딸은 기숙사에…)

작은 학교 이야기

  막내는 남상초등학교에 스쿨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중학생이 되니까 거창여중으로 배정이 된 거예요. 걱정했는데, 교육청에서 통학 택시를 보내 준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그 걱정은 덜었지만,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할 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모두 남상초등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런데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학생이 5명이었는데, 한 명씩 한 명씩 읍으로 전학가고 혼자 남은 거예요. 엄청나게 고민했어요. 또래가 없는데, 읍내 학교로 보내야 하나걱정과 달리 1학년이 혼자인데 선배들하고 어울리니까 괜찮았어요. 3학년이 되니 한 명씩 전학 오는 학생이 늘어나서 졸업할 때 4명이나 됐어요. 작은 학교에서는 인원이 적으니 아이 모두가 이것저것 더 많은 경험도 하고, 여러 가지를 배우는 기회도 더 많아요. 아이가 테니스를 배워서 대회도 나가고, 6년 내내 전교생이 함께 수학 여행을 다녀왔어요. 행사기획도 아이들이 직접 하고, 6학년 수학여행은 서울로 갔는데 수학여행 코스를 학생들이 직접 짜기도 하고요.

  작은 학교의 매력은 잘하는 아이 위주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고, 내가 이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 이런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아이도 무척 만족하고 저도 작은 학교에 잘 보냈다 싶어요.

거창은 소문사회

  거창은 한 사람만 거치면 다 아는 거예요. 그런 것도 진짜 너무 신기해요. 제가 거창에 와서 살이 좀 쪘었어요. 아침마다 일하기 위해 컵라면을 먹었거든요. 그걸 끊으니까 자연스레 살이 빠졌어요. 살이 빠지니까 안 맞던 옷도 잘 맞고, 얼굴에 선크림도 바르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수군하더라고요 (하하,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도시는 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서 관심이 없지만, 시골에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요. 오늘 여기서 일어난 일이 뉴스로 난 것도 아닌데 벌써 여러 사람이 다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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