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교 웅양초 이야기를 담다 9】 따스한 곰볕같은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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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학교 웅양초 이야기를 담다 9】 따스한 곰볕같은 배움터
  • 웅양초등학교 학부모 강미영
  • 승인 2024.03.2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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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프로젝트를 마친 아이들
                                                       숲 프로젝트를 마친 아이들

  “용기 있다!  하지만 귀촌 그거 생각보다 힘들 텐데?”

  평생 살던 대구에서 거창 웅양초등학교로 전학과 이사를 결정하자 주변에서 비슷한 말을 많이 했다. 대도시 과밀 학급 학교에 아이가 다닌 지 5년째. 그중 절반은 코로나 시국으로 '다녔다'라고도 볼 수 없었는데 그렇게 모두가 애를 쓰며 보낸 코로나 시절은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 또한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하교 후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이는 아이, 하교 후 학원 말고 아이들이 갈 곳은 어딜까, 방에서 혼자 디지털 세상에 빠진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그런데 코로나 때도 등교를 한 학교가 있다고? 온라인 자연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가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작은 학교 웅양초가 어떤 학교인지 알 것만 같았다. 대도시 과밀 학급의 아이들은 학교의 과한 방역, 격리조치에 학습권, 놀 권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데 정말 그런 학교가 있다고?

  그 글에는 숲에서 뛰어놀며 강당에서 함께 놀이하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과 학교의 폭넓은 예체능 활동 지원, 민주적인 학교 운영 방식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사진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웃음소리 뒤에 학교를 '가고 싶은 곳,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 주시는 선생님들의 열정도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대주택이 있었다. 신입생, 전학생에게 임대주택을 빌려준다니! 학교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막상 살 집부터 알아보자면 부담되고 그러다 지레 지쳐버리기 일쑤일 텐데 웅양초는 그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주었다.

  전학 설명회 날 선생님 차를 타고 임대주택을 보러 들어온 동호마을 입구의 소나무 숲, 그 동호숲의 아름다움에 이미 나 여기 살겠노라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이 학교에 데려왔는데 반대로 아이들 덕분에 이 마을에 살게 된 기쁨용기는 아이들과 동호마을이 내게 준 것일지도 모른다.

  수령이 몇백 년이나 된 보호수가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맞아주었고 아이들은 곧 '수호수', ‘동호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람들이 보호해줘야 할 나무가 아니라 사람들을 지켜주는 나무 같다며.

  6학년인 첫째 아이는 올해 마지막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다. 그 소중한 시간을 의미 있는 자유로움으로 채워주고 싶다. 전학설명회때 들은 '다모임'이라는 전교생 전체 회의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는데 모든 아이에게 발언권을 주는 자리였다. 꼭 어른들이 마을 일을 논의할 때 모이는 주민 총회 같았다. 그렇게 여러 울림을 마음에 담아 전학을 결정하고 동호마을로 귀촌했다.

  등교 시간, 마을 회관 앞에 노란 버스가 온다. 아이들은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으로 무얼 먹을지 즐거운 고민을 한다. 불과 몇 달 전의 대도시 학교생활 때와는 무척 다르다. 늘 늦잠에,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싫은 것 가려내느라 바빴던 아침. 그때는 그냥 몇 학년 몇 반 학생이라 불렸다면 작은학교 웅양초에서 아이는 이름을 찾은 것 같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공동체 모임 같은 웅양초. 학교 공동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싶을 만큼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모여 학교가 되는 곳.

 

학교 놀이터에서 신나게~!
                                                      학교 놀이터에서 신나게~!

   선생님과 전교생이 함께 만든 곰볕 놀이터에 주말에 가서 실컷 놀고 싶다며 아이가 조잘댄다. 학교 다녀오면 뭔가 해소하듯 방에 들어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던 아이는 하교 후 반짝거리는 눈으로 마을 이곳저곳을 신나게 뛰어다닌다.

  아름다운 동호마을과 친절하신 동호마을 어르신들, 우리 집 앞에 사는 길고양이 삼총사들의 먹방, 동네 끈 풀린 강아지 똘이의 애교까지. 아이들은 핸드폰 대신 다른 놀거리를 매일 찾아낸다.

  아이들 얼굴이 환하다. 시간표에 수영 수업이 있다고 신나하고 방과 후 합창 교실에서 받은 악보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불러댄다. 이제 새 학기 2 주째. 작은 학교 웅양초의 학생이 된 아이들의 즐거운 얼굴에서 앞으로의 일 년을 기대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더불어 나의 귀촌 생활 시작도 힘을 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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