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천 주민들, '참을 만큼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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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천 주민들, '참을 만큼 참았다'
  • 박재영
  • 승인 2016.01.14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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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속아도 두 번은 안속습니다. 절대 그 자리 못 합니다.”

지난 14일, 위천석재단지 내 ‘크래셔 공장 신설’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 방문은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이 났다. 주민들은 ‘결사반대’, 업체는 ‘이제 더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선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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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 측


“2014년, 유성환경에서 주선해 크래셔 공장에 견학을 갔는데, 그 환경 자체가 주민들이 생활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건물 안에 돔이 있었는데도, 호흡하기 곤란했다. 다녀와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보니 ‘안되겠구나’ 했다” - 반대추진위 박동배 사무국장

“온갖 폐수들이 더 흘러나와 오염이 심해질 것 같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폐기물이 유입되는 부분도 있다. 건축폐기물이 들어와야 수입이 되지 여기 있는 것(석분 슬러지)만으로는 돈이 안된다. 동네 청정지역인데 건강에 해를 끼친다” - 남산마을 주민 박정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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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성 측


“폐석과 석분을 처리하지 못하면 업계도 골머리를 앓는다. 2016년부터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더 이상 손실을 볼 수도 없다. 일단 적법한 절차를 지켜 가동하고, 문제가 생기면 조치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배양석재를 인수해 그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석산을 매입했다” - 유성환경개발 오성식 대표

“97년 이후 (폐석재를)제대로 처리한 게 없었다. 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크래셔 공장 설립이)반가운 소리다. 제대로 돌아가면 굉장히 좋다. 주민들이 가동도 안 해보고 반대하는 것이다. 군의 도움을 받아 먼지 안 나도록 노력하겠다. 차차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거창석재조합 최일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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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셔 공장은 쉽게 말해 큼직한 돌을 깨 규격에 맞는 골재를 생산하는 곳이다. 현재 유성환경개발은 위천석재단지에서 가공된 뒤 버려지는 폐석재를 이용해 골재를 생산하기 위한 크래셔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유성산업개발에 따르면, 현재 위천석재단지에 쌓여있는 폐석재는 170만㎥에 달한다. 폐석재는 물론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한 석분 슬러지도 포함되어 있다.

위천석재단지에 쌓여있는 폐석제는 폐기물로 매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폐기물을 매립할 곳을 찾지 못해 공장 한편에 수북이 쌓아만 놓고 있다. 이 석분 슬러지들이 바람에 날려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유성산업개발은 그것을 다시 사용 가능한 골재로, 그리고 시멘트에 혼합 가능한 모래로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에 아직까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허가받기 전, 설비를 하다가 행정조치를 당해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 가운데서 거창군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위천면 관계자는 “또 다른 규제를 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기본 입장은 주민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주민들의 불만은 크래셔 공장이 아닌 위천석재단지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묵은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민들의 입장을 한번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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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 주민들의 입장


“업체의 입장만 생각하고, 주민들은 생각 안 해주나? 농작물, 주택.. 현재 남산마을은 빨래도 못 넌다. 불편이 많다. 기술이 좋다고 하는데, 소음 분진이 안 나는 곳이 없다. 우리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 반대추진위 박동배 사무국장

“위천석재단지 들어서기 전에 전라도 석재 단지에 견학을 갔다. 가보니 분진은 생각 못했고 소음만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오니 날마다 먼지다. 조금만 심해도 사람이 못 다닌다. 주민들은 이제 행정에 맡기지 못한다. 들어오기 전에 주민이 나서서 막을 것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는다” - 남산마을 주민 유치신 씨

“위천면민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 어떤 좋은 공법이 있어도,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제다. 하우스 하시는 분들 모두 피해를 봤다. 처음부터 크래셔 공장할 때 주민 동의서 받아야 하는데, 만들고 나서 이렇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 거차마을 주민 김영수 씨

“첫째, 돌공장(석재 단지)부터 문제가 된다. 주민들이 말을 못 해서 지금까지 왔다. 물 뿌리라고 해도 안 뿌린다. 이렇게 속아나갔는데, 이제는 안된다. 남산, 거차 마을 주민들 모두 더 속지는 않는다. 지금도 먼지가 나는데, (먼지를)더 보태면 주민들 못 산다.” - 남산마을 주민 전삼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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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줄곧 위천석재단지의 비산먼지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산먼지로 인해 빨래도 널지 못하고 있고, 농산물 경작에도 피해를 받고 있으며, 먼지가 심한 날에는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크래셔 공장은 위천석재단지에 쌓여있는 석분 슬러지를 재가공함으로써 먼지를 줄일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말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8월, 한들신문에서도 ‘비산먼지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위천석재단지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다. 주민들의 항의 방문이 있던 이 날에도 차량 몇 대가 지나가니 희뿌연 먼지가 일었다.

석재조합 최일수 대표이사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최 대표이사는 “피해만 있다는 것은, 이런 점(먼지가 나지 않게 노력한다는)에서 고려해 달라. 차차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위천면 관계자도 “꾸준히 도로 청소도 하고 공장에서 관리 잘하고 비산먼지 줄이도록 방지막 치고 해야 하는데..(안되고 있다)"라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기존 공장의 관리 부실로, 비산먼지로 인한 피해가 많아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구 군의원인 새누리당 김종두 의원은 행정의 노력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장님하고 계장님이 지역 주민들 설득도 하고, 방법도 찾아보고 가까에서 봐야 한다”라며 “지역민들은 반대하고 업체는 추진해야 하는 입장인데, 그런 관계들을 잘 파악해 문제를 풀어봤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 이순정 사무차장은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정 사무차장은 “크래셔 공장이 들어서든 들어서지 않든 주민들의 고통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라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비산먼지로 인한 불편,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고, 위천석재단지 내 업체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기숙형 중학교가 설립 중인데, 차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며 “위천석재단지와 관련해 거창군에서도 환경오염이나 주민불편에 대해 단속하고 계도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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