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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들신문
  • 승인 2021.01.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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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행복한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엄마 전나래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한 학생이 억울해하면서 달려와 이렇게 말했다. “OO이가 며칠 동안 계속 얼음을 밖에다 다 버려서 우리가 먹을 얼음이 없어요.” OO이는 학교에서도 꾸중을 많이 듣는 아이로, 우리 선생님들에게도 좀 까다로운 아이다. 나는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그 OO이를 불렀다. “OO이는 얼음을 자꾸 버리는 걸까?” 아직도 그 아이의 대답이 내 머릿속에 맴돈다. “얼음이 몇 초 만에 녹는지 알고 싶었어요.” 참으로 신선한 답변이었다. 이 아이를 혼내야 할 이유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흥분해서 달려올 만큼 억울한 일이긴 하지만, OO이는 꾸짖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창의적인 행동이라고 칭찬을 해주어야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먹을 얼음을 사다가 냉장고에 딸린 냉동칸에 넣어 두었기에 OO이가 계속 얼음으로 실험을 한다면 다른 아이들이 자유롭게 얼음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이틀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 내 결론은, “용량이 큰 냉동고와 얼음 정수기를 사자.” 분명 금전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했기에 무리하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러나, 우리 기관에 정수기가 없던 터라 정수기를 꼭 장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수기는 필요하다손 치더라도 냉동고까지 구매하는 일이 내게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이긴 했다. 그러나, 때론 부담스러운 일이 꼭 필요한 것일 수 있다. 나에게는 냉동고와 얼음 정수기를 구매하는 일이 중요한 필요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얼음 정수기로부터 뽑아 놓은 얼음을 키 큰 냉동고에 계속 채우면 이 아이가 마음껏 얼음을 녹이는 실험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얼음 정수기와 키큰 냉동고가 온 날, OO이를 불렀다. “이제 눈치 안 보고 얼음으로 마음껏 실험해도 된단다.” 이 말을 들은 아이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 짱이에요!” 이 아이는 3일간 얼음이 녹아버려 없어지는 시간을 열심히 기록했다. 자주 나에게 와서 보고하곤 했다. “오늘은 OO초 만에 얼음이 다 녹았어요. 어제보다 더 더운 날인 것 같아요.” 내게는 OO이가 일기 예보를 해주는 리포터 같았다. 3일간 실컷 얼음으로 실험을 하던 아이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 보았는지 이후로 또 다른 실험을 해나갔다.

나는 가끔은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다. 아마도 우리 기관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님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나는 이 아이와 서로의 감정을 교감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무섭지만 들어주는 선생님으로 통하게 된 것이다. OO이는 얼음을 아무 이유 없이 버리는 나쁜아이가 아니었다. OO이는 실험 정신이 강한 멋진아이라고 믿으면서 허용적인 마음으로 바라봐준다면, 아이는 진실로 훌륭한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

혹여 누군가는 오해할 수도 있을 듯하다. 냉동고와 정수기처럼 금액적으로 부담되는 물건을 아이에게 사주는 것만이 아이를 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금액을 많이 투자하고 적게 투자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나무라야 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를 많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꾸중하기에 앞서 들어줄 수 있는 일도 꽤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여러 가지 행동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그 아이의 본심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혼을 내야 할 일이라면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우리가 심사숙고한 표정으로 아이에게 다가간다면, 그래서 우리의 표정을 본 아이들로 하여금 훈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좀 더 쉬워진다면,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일이 조금은 적어지지 않을까? 솔직히 내 경험으로 본다면, 아이들을 크게 혼낼 일은 실로 적었던 것 같다. 내 오해로 아이들을 혼냈던 기억에 아직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아이가 걷기 전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안을 일이 많아진다. 그때는 엄마의 육체적인 피로감이 크다. 아이는 점점 자라면서 아이의 몸무게가 는다. 육체적인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 안고 있는 일도 조금씩 줄여야 한다. 아이는 결국 스스로 걸어 다니면서 세상을 탐방하는 날을 맞이할 것이고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의 요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때론 그 요구가 부모의 육체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도 늘어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요구가 과하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려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부모는 과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느낀다.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모 본인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10단계 부모들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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