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10]희망 가득한 새해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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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10]희망 가득한 새해를 꿈꾸며
  • 한들신문
  • 승인 2021.02.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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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병설유치원 방과후과정 교사 정경숙

해마다 봄의 시작과 함께 유치원 아이들을 만나 왔는데, 2020년에는 유난히 긴 봄을 보내고 봄의 끝자락. 5월에서야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텅 빈 교실을 닦고 정리하다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학습 꾸러미 배달에 나섰다. 맛있는 유기농 간식도 준비해서 집집마다 다니며 잠깐이지만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첫 만남을 뒤로하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학날!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매일 열 체크와 손 소독도 해야 되는 날들에도 아이들의 눈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아이들의 에너지와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넘쳤다. 일단 주변을 틈틈이 산책하며, 유치원 놀이터에서 하늘에 닿을 듯 그네도 타고 운동장에서 자전거, 킥보드를 신나게 타며 유치원 생활은 시작되었다.

파릇파릇 초록 잎이 돋아나는 날. 우리들은 학교 뒷동산을 산책하며 많은 들꽃과 곤충들을 찾으며 여름을 맞이하였다. 친구들에게 곤충 이름을 척척 알려주는 **이에게 아이들이 곤충박사님이라는 별명도 지어주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여름에도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또는 맨발로 첨벙첨벙 그 넓은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옷 젖을라, 비 맞을라 걱정하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아이들은 하하하. 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유치원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맞이한 가을. 파란 하늘,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올해 가을 낙엽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듯 더욱더 예쁘게 물들었다.

햇살 좋은 가을날, 주상유치원에는 작은 놀이동산인 숲 놀이터가 생겨 아이들의 놀이는 더욱 많아졌다. 숲 놀이터에 있는 닭장에 가서 닭들에게 먹이를 찾아주고, 쿠키, 초코, 우유... 이름도 불러주고, 이제는 아이들이 가면 닭들이 먼저 꼬꼬꼬하며 반겨준다. 눈부시게 찬란한 가을을 보내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한 뼘이나 더 자란 것 같았다.

그 많던 나뭇잎이 다 떨어져 버리고 이제 겨울이 되었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지만 아이들은 겉옷과 목도리, 털부츠까지 단단히 챙겨 입고 여전히 나갈 채비를 한다. 요즘에는 숲 놀이터에서 벗어나 학교 뒤편 밭 사이에 있는 작은 도랑에까지 간다. 얼마 전까지 그 작은 도랑에 물이 흘러 아이들은 손을 넣어 돌들을 이리저리 들어 보았다. 그러면 마음 놓고 있던 작은 벌레들이 깜짝 놀라 도망가기 바쁘다. 그때 **이가 얘들아 새우 벌레야하며 소리치자 저 멀리 있던 아이들까지 뛰어왔다.

자세히 보니 진짜 새우를 닮은 것 같기도 하였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새우 벌레를 찾으러 매일 그 도랑에 갔다. 요즘엔 날씨가 추워 그 작은 도랑이 얼었다.

**이가 이제 새우 벌레 겨울잠 자야 되나 봐. 우리 그냥 가자.” 하니, @@이가 나도 겨울잠 자야 돼.” 한다. 그때 옆에 있던 **이가 우리는 밤에만 자면 돼.”라고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주상유치원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난 건 정말 축복인 것 같다.

그렇게 202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지난해에는 다른 해처럼 소풍도, 놀이동산도 못 가고, 운동회도 못 하고, 다른 유치원 친구들이랑 팝콘 먹으며 영화 보러도 못 갔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하루하루 소중한 날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지만 주상유치원 아이들 모두 다 건강하고 아무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2021년은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펴고, 더욱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해가 되길 바라본다.

주상유치원 아이들은 오늘도 까르르까르르웃으며 폴짝폴짝 화단 징검다리를 건너 숲 놀이터에 간다.(20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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