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저기 저 앞에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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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저기 저 앞에는 뭐가 있을까
  • 한들신문
  • 승인 2022.10.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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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민 조합원

 

여섯 살 아진이는 그 호기심으로 사과나무숲을 걸었습니다. 숲이 끝나고도 아래로 더 내려갔습니다. 지붕이 보이는 곳으로. 집 몇 채를 기웃거렸는데 대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두리번거리다 남의 집 마당을 가로질러 시멘트로 지어진 옛날식 소 마구 안에 들어갔습니다. 소를 마주 보고 앉아 ‘길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좀 울고, 속이 안 좋아 구토를 했습니다. 토요일 최고 온도는 32도, 그 당시 오후 2시였습니다. “좀 더 가보니까 저 멀리 집이 한 채 보이더라? 그래서 그쪽으로 갔지” 길은 없었습니다. 무작정 집을 바라보고 직진을 했다고밖에 설명이 안되는 경로입니다. 아진이는 홀로 소 마구를 지나 풀숲 밑으로 내려가 흙밭에 이르렀습니다. 한낮의 땡볕 아래 푹푹 빠지는 흙뿐인 땅을 걷다가 힘들어 누워 좀 울었습니다. 다시 걸어서 집에 도착, 똑똑똑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아진이는 대문을 찾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나와 풀과 먼지를 뒤집어쓴 여자아이를 보셨습니다. “니 어디 사노? 어디서 왔노?” “장팔길 99, 육육공육에 팔칠육팔이요. 거창에서 왔어요” 일단 물을 한 병 건내셨습니다. 아진이는 물 한 병을 비우고 말했답니다. 경찰서에 신고해주세요. 그래, 경찰서에 신고해줄게.

  그 당시 아진이는 자주 들러 무척 익숙한 사과나무숲에 친구 둘과 같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 물 마시러 올 때 아진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놀고 있겠거니 10분, 아진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효민 씨 아진이 이 밭에는 없어 신고하자” 함께 찾던 친구의 말을 듣고 112 신고한 지 2분, ‘신고한 지점에서 가까운 곳에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혹시 장아진 어머니 시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찰이 알려준 주소는 제가 있는 지점에서 500m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부리나케 달려가 멀뚱히 경찰 옆에 서 있던 아진이를 안았습니다. 그제야 으앙. 할아버지께서는 아주 먼지투성이여서 흙을 한참 털어줬다고 하셨습니다. 아진이와 처음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친구 둘을 다시 만난 아진이의 첫 마디 “나 진짜 경찰 만났다?” 아진이는 그대로 우리가 함께 있던 사과나무숲에서 더 놀았습니다. 밤에는 악몽 꾸지 않고 깊이 잠들었습니다. 

  “엄마 아빠, 나 따라와” 다음 날, 아진이와 무궁 씨 저는 다시 사과나무숲으로 향했습니다. 아진이 홀로 걸은 그 길을 함께 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손에는 할아버지 드릴 한우선물세트를 들고서. ‘아진이는 어째서 돌아오지 않은 걸까?’ 그 의문은 아진이와 함께 그 길을 다시 가보니 풀렸습니다. 경사진 사과나무숲의 어느 지점까지 가니 뒤돌았을 때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방이 같은 사과나무숲, 보이지 않는 건물. 그 시점에서 길을 잃어버렸고 지붕을 찾아 집을 찾아 혼자 걷고 또 걸어갔을 아진이를 생각하면서 그 뒷모습을 따라가니 자꾸만 울컥했습니다. 고맙고 또 고마운 그 마음을 다 설명할 수가 없어 “아진아 네가 너무 용감해서 감동이 되어 눈물이 나네” 하고 말았습니다. 

  아진이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묻기도 하면서 그 집까지 갔습니다. 아진이가 두드렸던 그 문을 두드렸습니다. 반응이 없습니다. 차고에 흰 차가 있어 집 주변으로 사람을 부르니 할머니께서 나오셨습니다. 아진이가 만났던 할아버지는 못 뵈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진이가 말하길 “어제는 여기 트럭이 있었어” 만약, 아진이가 문 두드렸을 때 오늘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했습니다. 엄마 나 경찰이 될 거야. 어제 만난 경찰 엄청 멋있었어. 그래? 뭐가 그렇게 멋있었어? 옷이. 톰 소녀가 아니고 여섯 살 아진 소녀의 모험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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