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축사 소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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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축사 소방법
  • 장상규
  • 승인 2022.10.3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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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에 취약한 축사, 허가 기준에 축사 소방 관련 규정 전무
실정에 맞는 축사 소방법 제정 필요

 

신원면에서 발생한 축사 화재를 업주가 소화기를 이용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빠르게 진압에 성공한 사례가 지난 호에서 소개됐다. (▷관련기사 : 184호 5면) 소화기를 축사에 비치하여 빠르게 진압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해당 사례를 보면 축사 내 소화기 배치가 당연한 것 같아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축사 허가 및 등록 규정에는 소방(화재예방)에 관련된 것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군 담당자는 “축사 허가 기준에 소화기 배치, 화재예방 장치,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의 기준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기존 축사 소방법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바, 동법 제2조의 특정소방대상물(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대상)에 축사를 그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동 시행령 별표 4.에서는 연면적(각 층의 총면적) 3,000㎡ 이상의 건축물에 옥내 소화전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창군뿐만 아니라 경남도내 축산 농가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해당 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거창군에서 가장 많이 기르고 있는 축종인 한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농협 축산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2017년 축사표준설계도(한우)를 기준으로 번식우는 60~150두 기준 연면적 600~1,500㎡, 비육우 86~229두 기준 연면적 600~1,600㎡을 표준으로 하고 있다. 
  단순 산술로 3,000㎡ 축사는 번식우 약 300두, 비육우 약 460두 규모다. 하지만 거창군 내 1,191개(21년 기준) 한우 사육 농가 중 200두 이상을 키우는 곳은 단 9곳뿐이다. 
  또한 경남도내 200두 이상 농가는 전체 10,989개 농가(21년 기준) 중 144곳(1.3%)으로 집계됐다. 농가별 면적당 사육 두수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3,000㎡는 엄청난 규모인 것이다. 
  한우 이외 3대 축종으로 분류되는 양돈과 양계 마찬가지다. 기준 면적에 버금가는 농장일지라도 대부분 건물을 분리하여 사육하고 있다. 사실상 소방과 관련된 규제는 구멍이 나있다고 볼 수 있다.
  
화재에 취약한 축사
  거창군에서 지난 3년간 발생한 축사 화재는 총 10건으로 약 3억 3000만 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기록했다. 축사는 한 번의 화재로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화재예방은 권고 수준일 뿐이다. 
  거창군 소방 담당자는 “축사는 화재에 매우 취약하고 계절에 상관없이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주기적인 전기 및 기계 점검, 깨끗한 축사 관리가 필요하며 예방이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축사는 화재에 매우 취약한 곳이다. 모터(배합기, 절단기 등)나 전열기구와 같이 높은 전력을 요하는 기계 사용이 잦고, 축사를 가득 채우는 사료나 바닥재, 볏짚은 불에 매우 잘 타는 ‘가연물’로 분류돼 화재 위험성이 크다. 또 분진(먼지)이 많이 발생해 전기적 결함을 일으킬 수 있고, 새나 쥐, 벌레 등의 유입으로 전선 및 장치가 훼손돼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동절기 물이 얼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배수기 열선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건물 자체와는 별개로 외딴곳에 위치한다는 것도 문제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재빠른 대응이 어렵고, 소방차가 접근하는 데에 비교적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근에 정차하더라도 진입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축사도 많을뿐더러, 인근 산을 끼고 있다면 산불로 번질 위험성도 다분하다. 때문에 예방과 빠른 진압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화재예방교육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축산종사자교육’과 같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축산업 전반에 대한 기초교육 중 화재예방, 화재 대처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것이 권고사항 정도일 뿐이기 때문에 실천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다. 
  축산업자 A씨는 “축산업자들을 교육하더라도 대충 듣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 실천할까 의문이 든다. 나 또한 분진만 정리할 뿐 소방엔 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소방과 관련해서는 규제 강화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축사 화재는 엄청난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화재로 인한 재산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권고뿐인 기존 화재 대비책을 보완하고 실정에 맞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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