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난 6개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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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난 6개월의 이야기
  • 한들신문
  • 승인 2022.11.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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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냥농부 조선화

안녕하세요. 하냥농부 조선화입니다. 지난 5월 첫 글을 쓰고, 두 번째 글을 쓰게 되었네요. 
  귀농귀촌을 하게 된 이야기 이후, 6개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농부라는 직책만 가지고 있던 제가 N잡러의 생활을 하게 된, 그리고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제 직업은 농부, 농산물 가공품 만드는 공방 주인, 거창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이하 신활력)의 홍보 코디, 그리고 육아맘까지... 어느 하나 쉽게 해낸 것은 없었네요.  제가 N잡러가 되게 된 사연은 둘째가 올해부터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낮 시간에 여유가 생기니 ‘거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볼까?’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고 바쁠 줄은 생각도 못했었지요.^^
  농사는 대부분 남편이 맡고 있고 저는 바쁠 때 일손을 보태는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니 사과 꽃을 솎아주고, 그러고 나서 열매도 솎아주고, 일하기 시작하니 시간이 쉴 틈 없이 돌아갔어요. 처음으로 제대로 농사에 일손을 보태기 시작하니 ‘우리 남편 고생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퇴근 후, 집에 오면 육아로 힘들어서 짜증 내던 게 미안하더라구요.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추석이 빠른 덕에 홍로사과 수확이 시작되었지만, 사과가 익어가는 속도가 우리의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애가 타고, 1년 동안의 농사를 이렇게 보상받지 못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사과 농사에서도 홍로 사과는 추석을 중심으로 가격 변동이 심하다 보니 그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그만큼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과가 덜 붉어졌는데 딸까, 말까를 반복하고 결국은 추석을 넘겼습니다. 겹겹이 태풍도 지나간다 하여 맘 졸이던 9월이었네요. 수확하며 직거래와 공판장 작업도 하면서 그래도 걱정 대비 잘 지나갔던 가을이었습니다.
  잠시 쉴 여유도 없이 신활력의 홍보 코디로서 업무를 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지난 10월 22일 <놀러와, 신활력 행사>를 앞두고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7월부터 틈틈이 신활력 사무국 분들과 준비는 하였지만, 홍로가 한 번 지나가니 행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신활력 내 여러분과들의 소개 및 프로그램 계획을 요청하고, 행사 취지나 분위기에 맞게 조율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었고, 내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그림을 위해 물품 구입 및 대여까지 긴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기존 행사들처럼 ‘오세요~’보다는 ‘소풍처럼 놀러오세요~’를 만들고 싶었던 기획, 이왕이면 쓰레기 없는 행사를 만들어보기 위한 기획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도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믿고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작은 공원의 길로 숲길을 걷는 느낌과 행사장 주변에 돗자리를 가지고 나와 즐겨주시던 분들까지, 아이들은 즐겁고 저도 사업소개와 체험 등을 통해 신활력의 모듬‧학습‧공유‧나눔의 마음을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크림치즈를 이용하여 토종팥 시제품 개발 보고회 같은 “토종팥 브런치”도 진행되었습니다. 거창군 여성농민회를 통해 토종팥을 접하게 되었고, 한살림 수요장터를 통해 아날협동조합과도 인연이 되었습니다. 토종팥으로 가공품 개발 의뢰가 들어오고, 지난 몇 달간 만들어보며 맛을 찾아나가다 10월 13일 토종팥브런치를 통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시중에 없던 크림치즈팥을 내놓으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시식평을 듣고 나니 대중성이 없지는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직 제품화하기에는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다양한 변화를 준 것은 좋았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주변인들은 저에게 ‘거창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정신없는 6개월을 보내왔지만, 저는 저 스스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예년처럼 지냈다면 이런 하나하나의 경험들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고 기회조차 찾아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몸은 힘들고 마음도 편치는 않았어도, 또한 바쁜 엄마와 아내로서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농촌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제자리에서 머물게 되지요. 두드리세요, 주변의 다양한 곳에요. 새로운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오픈된 마음으로 다가가보세요, 내가 모르던 새로운 해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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