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미등산기#12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품에 안기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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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미등산기#12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품에 안기다(2)
  • 한들신문
  • 승인 2023.02.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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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트레킹 셋째 날 : 고라파니에서 타다파니까지 
  새벽 5시 40분, 헤드랜턴 불빛이 길게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푼힐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다. 푼힐 전망대(3,210m)는 히말라야의 설산들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유명하다. 한 시간에 걸쳐 오른 푼힐 전망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놀랍게도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었다. 세계 최고의 전망대에서 힘차게 불쑥불쑥 떠오르는 태양을 맞는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고 사방을 둘러본다.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다울라기리(8,167m)를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투크체피크(6,920m), 바라하시카(7,647m), 안나푸르나 남봉(7,219m), 히운출리(6,441m), 그리고 그 유명한 마차푸트레(6,920m)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저 있다. 찬찬히 감격에 겨워 웅장한 설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왕의 남자다!” 하는 백귀순님의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봤더니 글쎄 당시 최고의 화재작인 영화 <왕의 남자> 주인공인 정진영 씨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여성대원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같이 사진 한번 찍어요.” 정진영 씨는 휴가차 이곳을 꼭 오고 싶었단다.

.푼힐에서 왕의 남자 정진영배우와 함께
푼힐에서 왕의 남자 정진영배우와 함께
푼힐에서 우리 회원들과 가이더 포터
푼힐에서 우리 회원들과 가이더 포터

 

  다시 롯지로 돌아온 후 아침을 먹고 고라파니를 출발한 것은 9시가 좀 넘어서였다. 오늘은 어떤 광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앞으로의 펼쳐질 새로운 풍광들을 기대하며 또 열심히 걸었다. 그런데 사실은 지금 내가 히말라야를 걷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편의시설도 거의 없는 태곳적 이 원시림에 와서 두 발로 걷고 히말라야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여기에 투영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오른다. 

  원시림 숲길을 오르내리기 수차례, 힘이 빠져갈 무렵 갑자기 시야가 툭 트이며 동네가 나타났다. 오늘의 목적지 타다파니(2,630m)이다. 아! 이런 이런! 그동안 숲길을 걷느라 보이지 않았던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간드로바출리가 바로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아닌가! 장엄한 풍광에 숨이 막혔다. 더 놀라운 것은 저녁노을에 비친 설산과 하늘을 수놓은 붉게 물든 새털구름은 내 생애 본 것 중 가장 황홀한 광경이었다. 

타라파니에서 장엄한 일몰의 마차푸츠레
타라파니에서 장엄한 일몰의 마차푸츠레

 

  저녁을 먹고 나자 식당에서 주민들이 전통 춤과 노래를 공연하는데, 그 대가로 한 팀에 1,000루피(10,000원)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다리도 놓고 길도 보수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 그들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우리 팀 말고 미국인 가족 5명, 영국인 1명, 혜초여행사 패키지로 따라온 한국인 가족 6명 그리고 우리까지 모두 20명이 참여했다. 처음에는 젊은 주민 몇 명이 네팔 전통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는데 이내 참가자들의 흥겨운 춤판으로 번졌다. 미국인 영국인과 함께 춤을 추었고 그중에서도 진호님의 꼽추 춤은 단연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흥겨운 타다파니의 밤은 깊어만 갔다. 

영국인 미국인과 함께 진호님이 꼽추춤을 추고 있다.
영국인 미국인과 함께 진호님이 꼽추춤을 추고 있다.

  트레킹 넷째 날 : 타다파니에서 시누아까지  
  타다파니는 저녁노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침의 여명 역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저 아래 빤히 보이는 곳이 우리가 갈 촘롱이라는 동네란다. 한 시간만 걸으면 바로 도착할 것 같은데 점심때까지 가기 힘들다고 가이드 프로딥이 말한다. 히말라야에서 거리 감각은 완전히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 시간 정도의 거리로 보여도 적어도 3시간 이상 걸린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날까? 공해가 전혀 없는 맑은 공기와 주변의 장엄한 산 때문에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프로딥의 말대로 타다파니를 출발한 지 5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촘롱(2,170m) 마을에 도착하였다. 촘롱은 병원과 우체국, 학교가 있는 상당히 큰 마을로 ABC를 가려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다. 전망 좋은 롯지에서 라면에 밥을 시켜 김치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이제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시누아>까지만 가면 오늘의 일정은 끝난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시누아에 도착한 것은 2시간 40분이 지난 오후 4시 40분이었다. 

  롯지에 들어서자 다이닝 룸 벽면 곳곳에 영화 포스터를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롯지 사장님 딸이 네팔에서 유명한 영화배우란다. 우리나라 원정대가 왔다 갔다는 기념으로 한글로 된 인사와 사인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저녁에는 짜파게티와 만두를 시켜 먹었는데 이곳 사장님의 음식 솜씨가 뛰어난 것인지 배가 고파서인지 맛이 엄청 좋았다. 저녁 후 여성 대원들은 포터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며 네팔 가요와 한국 가요 대결을 벌이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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