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은 말한다-생존자·체험자들의 반세기만의 증언_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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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은 말한다-생존자·체험자들의 반세기만의 증언_30
  • 한들신문
  • 승인 2023.10.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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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

···207호에 이어서

어머니랑 같이 자자.” 그러니까 울음이 그쳤어요. 그 실갱이를 한 30분 정도 하니까 어두워졌어요.

  그래 외갓집을 가니까 깜깜해졌어요. 그때 7시쯤 되었는데 어둑어둑 했어요. 그때 외삼촌이 고함을 치면서 내일 오면 되는데 뭐 이렇게 늦게 오냐고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둘이에요. 두 집 중에 한 집 외갓집입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친외갓집이 아니에요.

  그 동리가 김동영 (전 국회의원) 동네입니다. 거기가 바로 대산리입니다. 그 동영이가 어릴 적에 상당히 리더십이 있었어요. 그 눈이 오고 추운데도 동리 앞에 애들 20~30명 모아가지고, 김동영이 집에서 밤새도록 놀았습니다. 새벽녘에 외숙모가 와서 버선도 갈아신고 집에 와서 자라해서 4일날 아침 8시 반쯤해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여동생만 간신히 살아

  그날 생각해보니까 꾸중을 들을 일이 하나 있어요. 김동영 집에서 놀았는데, 김동영이 할아버지한테 세배를 안 한 거예요. 그래 가서 밖에서 세배를 했는데, 밖에서 하는 게 어디 있냐고, 동영이 어머니가 그러고, 떡국 먹고 가라고 해서 떡국을 먹는데, (그때가) 1030분 정도였어요. 그런데 동네에 벙어리가 있는데, 떡국을 먹는데, 손시늉을 하면서 땅바닥을 치면서 다 죽었다는 시늉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동영이 어머니가 무슨 일이 있나보다.” 그런 거예요.

  그래서 외갓집에 와서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얼마 전에 총소리가 많이 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옷 입은 그대로 뛰어서 중간쯤 오니까 눈이 엄청 많이 왔던 겁니다. 연수골이라고 있는데, 거기 중간쯤 오니까 사람들이 (짐을) 이고 지고 내려오는 거예요. 그래 (어머니, 아버지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까 느그 어머니, 아버지 못 봤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 어떻습니까?” 하니까 다 죽었다.”는 거예요. “왜 사람들이 죽었느냐고 물으니까 모른다.”는 거예요. “온 동네 불 다 지르고, 사람들 다 죽였다.”는 거예요.

  우리집 옆에서 사는 한 분이 올라가면 죽는다, 그리고 군인들이 내려온다. 느그 어머니, 아버지도.” 하면서 말을 잇지를 못해요. 죽었다, 올라가지 말라는 겁니다. 저 위에 보니까 군복 입은 군인들이 내려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바위 옆에 엎드려서 가만히 보니까 군인은 얼마 안되고, 지역 경찰들이 많은 겁니다. 보니까 소를 많에 데리고 오더라고요. 어머니 죽었다니까 그때부터 떨리는 거예요. 그래서 한 시간쯤 기다리고 있다가 올라가니까 또 경찰 지원부대들이 군인들하고 내려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동리에 도착했을 때가 230분쯤 되었을 겁니다. 동네 1km전방에 올라가니까 불꽃이 올라가는 걸 보이고, 동네가 불타는 소리가 다 들려요. 그러니까 부락에서 다른 사람은 다 내려가는데, 유일하게 나만 현장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그래 도착을 해보니까, 바로 내가 올라가는 방향으로 바람이 부니까 접근을 못하겠어요. 그래서 우회를 하니까 일개 골짜기에 온 동리가 다 타니까 접근을 못해요. 그걸 보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우리 집이 (동리에서) 첫집인데, 50km까지 접근을 했는데, 그 옆에 동산이 하나 있어서 거기까지 가서 어머니, 아버지를 한참 불렀어요. 어디서 죽었는지 모르니까 계속 부르고 있는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가 들려서 계속 불렀어요. 분명히 오빠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도 모르고 뒤돌아보니까 내 여동생이 있는데, 내 목소리를 듣고 숨어 있다가 나와가지고 이쪽으로 오는 겁니다. 오는데 보니까 온몸이 피예요. ‘오바하고 부르는데, 가서 보니까 이미 피는 말랐고, 머리를 두 갈래로 땋았는데, “난 다쳤지만 괜찮아. 어머니 아버지는 다 죽었다. 온 식구 다 죽었다.” 이거야. “어디서 죽었냐?”하니까 지도 말 못하고 나도 말 못하고.

어미 잃은 어린 송아지가 뒤를 졸졸

  동네 앞 논두렁에 가니까 사람 죽은 데는 새까매요. 그 죽은 어머니, 아버지를 가마니로 덮어 놨어요. 근데 애기 울음소리가 들려요. 어디서 우는 소리인지 알아야 될텐데. 뭐 목 달아난 거, 팔 달아난 것, 사람들 사지가 다 찢어진 거에요.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사람의 형태가 아니에요. 그래서 동생하고 시체 피 묻은 거를 디비보니까 (애기가) 바로 우리 사촌형수 등에서 울어요. 그래서 애를 빼니까 애가 피를 젖인 줄 알고 빨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거요. 내 옷도 눈에 젖었는데도 내 품속에다가 감싸고.

  그때사 어머니, 아버지를 가마니로 덮어놓은 걸 보니까 우리 아버지는 형태를 알아볼 수 도 없고, 어머니는 형태가 있고. (여동생한테) “니는 어떻게 살았냐?” 하니까 어머니가 (총을 맞고) 넘어졌는데, 어머니 밑에서 눈을 감고 가만있었더니 살았다.”는 거예요. 네 명인가 살아났는데, 내동 쪽 애가 있어요. 김운섭이랑 한동갑인가 그런데 내동 쪽 애가 하나 살아 울고 갔고, 또 한 애가 부상을 입고 어디로 간지 모르고, 한 사람은 지금 부상을 해서 나랑 같이 헛간 집에 있다.” 이거예요. 애는 자꾸 울지요. 우니까 눈까지 다 피로 물들어버렸어요.

  형수하고 어머니하고는 다른 시체하고는 달리 그렇게 험하게 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여동생하고 애는 산 거죠. 부상 입었다는 사람을 찾아가니까, 그 분은 연세가 많았어요. 아직 환갑은 안되었고. 그 분은 허벅지를 맞아가지고 산 거고. 우리 동네에서 산 사람이 세 명이에요. 여동생, 애기, 나이 많은 사람, 이렇게 세명이에요. 내동 사람이 하나인가 둘인가 살아갔다는 거예요.

  (군인들이) 확인사살을 했어요. 피가 쏟아지고 사람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데, 군인들이 발길로 디벼보고 살아 있으면 확인사살한 거를 똑똑히 봤다는 겁니다.

  그리고 동네에 들어오니까 나이 많은 사람이 다쳐서 있어요. 그런데 어디서 내 이름을 불러요. 한 동리인데, 박순유라고 나보다 아홉 살 더 먹은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설 쇠러 왔을 때입니다. 그 전에 자주 알고 있었고. 그 사람이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해서 거창군 내에서 유일하게 서울 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날 그렇게 좋아하고 그랬는데, 그 형이 불러요. 그래서 갔더니 날 보더니 죽으려고 환장을 했냐? 어딜 올라오냐?” 그래요. 저 때문에 올라왔다는 거예요. 다 피난을 왔는데, 내가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그 형이 저를 찾으러 온 겁니다.

  그 뒤를 따라 영수라고 저보다 두 살 적습니다. 그 친구가 또 올라오고. 그래서 세 사람이 만난 거에요. 그래 셋이서 만나가지고 다친 사람은 옆에 뉘어놓고 치료를 하고. 조금 있으니까 우리 사촌형님이 올라와서 할머니하고 사촌형수하고 한쪽으로 몰아넣고, 형님 옷이 따뜻하니까 애를 안고 오는데, 신기한 게 송아지가 졸졸 따라오는 거야. 누구 송아지인지도 모르겠고. 이 송아지가 따라오는 거예요. 영수라고 우리 후배가 송아지를 끌고 5km전방까지 내려와 보니까 그때가 밤 11시쯤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잠이 오는지 몰라

  송아지를 가지고 오니까 여동생이 오빠, 우리 소는 군인들이 먹고 갔어.” 그래 이제 밤에 11시쯤 되어서 5km 전방에 무촌이라는 동네에 와서 여동생한테 작은집에 가자고 하니까 안 간답니다. 다 흩어졌는데, 둘이서 정자나무 앞에서 부둥켜안고 외갓집을 갈거냐, 작은집을 갈거냐결국 여동생한테 못 이기고 외갓집으로 갔어요. 외갓집에 외사촌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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