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사의 대출연장 건으로 농협에 다녀와야 했다. 매주 라면 봉사를 위해 봉우산사랑방 주인장이 거창 최근접 경북 예서마을에 버스가 당도하는 오후 2시 반에 마중 가기로 했으니,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했다. 흥분된 일은 그날, 봉우산사랑방의 ‘돈통’을 열어 군청 복지과에 기부하는 날이다. 약속 시간은 3시.
아침에 서사 밭으로 가서 물길 정비를 어제 이어 진도를 나가야 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맞춰놓은 알람 시각 10시를 훌쩍 지나 11시가 다 되어간다. 부리나케 나갈 채비를 했다. 나서면서 보니 11시 30분. 인감증명서를 떼서 가야 해서 웅양면사무소에 주차하고 막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이상하다. 소등이 되어있었다. 그때 무슨 일로 오셨냐며 한 분이 나오셨다. 점심시간은 행정업무를 보지 않는다며 입구에 세워진 안내협조 입간판을 가리켰다.
작전변경. 할 일이 두 가지 더 있는데, 한전에 들러서 주소변경을 해야 했고 동물병원에 가서 마루 외부기생충약을 사야 하니, 점심시간에 이동하자. 여유롭게 읍으로 이동했다. 12시 10분. 한전도 점심시간 휴무일 터이니 동물병원으로 먼저 갔다. 도착하여 차를 세우고 병원에 들어가려는데...점심시간 휴무 그것도 1시 30분까지다. 다시 계획변경.
군청에서 인감증명을 먼저 떼자. 거창군청에 갔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끝자리 2번은 주차하지 말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내 차는 ***2이다. 우짜노, 에라 모르겠다. 양심의 눈을 질끈 감고 주차했다. 군청로비에 들어서니 5분 전이다. 어슬렁어슬렁 시간 가기를 기다려 1시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발급창구가 있었다. 드디어 미션 하나 완료. 이제 일사천리로 진도 나가면 된다. 기억에 있는 농협은행을 찾아 좁은 골목 사이를 비집고 주차장에 보란 듯이 주차했다.
주차장에서 연결된 문이 있어서 조심스레 들어가 번호표를 뽑았다. 드디어 내 순서, “대출 연장하러 왔습니다.” 했더니 이 업무는 대출창구에서 한다고 안내 한다. 괜히 기다렸다. 대출창구에 가서 번호표를 다시 뽑고 먼저 오신 분의 상담 마치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자꾸 간다. 내 차례가 되어 앉자마자 신분증을 드리니...모니터를 계속 보신다. 꽤 시간이 지나서는 “대출이 없으신데요. 상환하셨어요?”라고 묻는다. “아니요, 꼬박꼬박 이자 내고 있는데요.” 창구직원이 한참을 고민하더니 홍성사가 대출받은 서울농협**지점은 지역농협이라고 가르쳐준다. 여기는 중앙농협이고 지역농협과는 전혀 조직이 다르단다. ‘무슨 일고!’ 서울에서는 농협직원들이 사무실로 와서 싸인을 받아 가곤 해서 전혀 몰랐다. 창구 직원이 알려준 거창지역농협을 찾아갔다. “대출창구는 어디어요?” “저 기둥 옆입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번호를 불러서 창구직원에게 “대출” 했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둥 저 옆입니다.”한다. 기둥 왼쪽 옆이 아니고 기둥 오른쪽 가려진 곳에 대출창구가 있었다. 그 사이 간발에 차이로 내 앞에 어른 한 분이 번호표를 뽑는다. ‘야속타!’ 상담이 길다. 조바심에 초침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미션완수, 동료에게 보고 이제 한전에 가서 주소를 바로 잡아야 했다. 거창 한전에 가서 주소정정을 하고 동물병원에 가니 ‘2시 8분’ 마루 약은 결국 못 샀다.
2시 반을 지나 예서마을에 다다를 즈음 봉우산사랑방 주인장은 벌써 도착해서 걸어가고 있었다. 길가에서 도킹. 3시까지는 15분 남았다. 컵라면을 사서 라면집에서 컵라면을 둘이서 먹으며 행정기관의 점심시간 휴무로 인해 한참을 웃었다. 3시 군청복지과에서 행정직원 두 분이 오셔서 ‘돈통’을 열어 계수하셨다. 연결해 주신 타 부서 신 계장님 포함 세 사람이 참관했다. 지난번 보다 더 많았다. 허겁지겁 안달복달했던 이상한 일과가 완전히 보상받았다.
이유 없는 착한 마음이 전해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