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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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살만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3.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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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정애주

여름휴가를 저들 양가 부모 집에서 이열치열의 피서를 하는 고마운 큰아들 내외 가족이 참 고맙다. 열흘 남짓 귀하고 귀한 날 중 닷새는 거창 할머니 집, 닷새는 부산 할머니 집에서 효도 휴가를 하는 저들, 복 받기를!

  작년에 이미 집에 간이 수영장 부품과 아이들 보조 의자와 방석을 들여놓았고 올해는 기저귀, 장난감 등등을 연일 배송시키더니 드디어 네 식구가 김천 구미KTX(케이티엑스)역에 도착했다. 손주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총동원 할아버지 차, 할머니 차 각각 운전해서 저들을 맞이했다. , 이 흥분의 도가니 그리고 짜릿함 만남의 상봉 이벤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 순간이다. 반가운 아들, 고마운 며느리, 늘 기대하는 눈빛으로 할머니 하는 손자, 이제 나도 알아요 하는 손녀의 수줍은 미소들이 그 순간 뭉클한 감동 세리머니를 선물한다.

  이 궁극의 세리머니를 위해 나는 두어 달 전부터 준비모드다. 잠자리 준비 점검, 먹거리 메뉴 짜기, 손주 손녀를 위한 선물 골라 배송받기 등이다. 밤에는 추울까? 더울까? 벌레들을 보면 어쩌나? 마루와는 잘 지내려나? 비가 와서 앞마당 수영을 못할 때는 무엇을 하나? 가리는 음식은 없으려나? 이상하게도 알면서도 늘 모른다. 행복하고 즐겁게 닷 새를 보내기 위해 청소, 침구 확인, 수영 놀이를 위한 해가림 천막은 기본이고 올해는 아이들 식기를 추가 구비했고 큰맘 먹고 바베큐 그릴을 샀다! 식기는 배송받아 잘 씻어 두었고 인생 첫 바베큐 그릴을 직접 사용하기 위한 공부를 유투브 선생님들로 부터 자나 깨나 배워서 연습도 했다. 이름도 생소한 브리스킷’, ‘스패어립’, 드리고 비어치킨(, 비어대신 콜라로...)’ 일단 이렇게 바베큐 요리를 순차적으로 해서 울 남편에게 검사받았다. 낙점! 그리고 혹시 훈연 향을 싫어할까 봐 그 비싼 쇠고기 안심도 준비했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한 해 용돈을 전부 몰빵했다!

그리고 김천구미역에서 상봉했으니 큰아들 가족도 마중 나간 우리 부부도 어찌 감동의 세리머니가 아닐 수가 있겠는가. 손자 손녀는 며느리와 함께 내 차로, 남편 차는 아들이 운전해서 오래간만에 부자가 오붓하게 이동. 그날 만큼은 광폭 운전자인 나도 조심조심 또 조심 운전을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미리 준비해 둔 마루 간식을 아들네 네 식구 모두에게 배급, 마루에 급환심을 얻도록 유도했다. 대 성공!!! 여간해서 경계 긴장을 놓지 않는 마루가 어라 슬그머니 받아먹는다.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4살 손자가 앉아 엎드려 손 등의 요구에도 복종인지 거래인지 모를 아리송한 태도이지만 곧잘 따라 주었다. 대대 성공!

  짐 풀고, 꺼내 둔 수영장 튜브에 공기 주입을 시작한 아들이 좀처럼 부풀어 오르지 않는 수영 튜브에서 무언가 문제를 발견하고는 어디에선가 공기가 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물을 받아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앞마당 풀장을 개설했다. 작년에 구비한 천막은 바닥 고정핀을 찾지 못해 또 패스...하나 둘 씩 실패의 조짐이 역력했다. 비장의 카드 바베큐 그릴을 이용한 메뉴...앗 짜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다. 반쯤의 성공!

  그래도 오가며 저네들 가족과 마루와의 간식 조공관계 개선 외에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타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들 가족에게 거창 할머니 집의 여름휴가를 기꺼이 내준 보상으로 유쾌한 거창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할미의 맘에 안도할 만한 구원병들이 있었다.

  아들이 미리 탐색해서 발견하고 예약까지 하고 방문한 거창의 보물들이 그 구원병들이다. 창포원의 여름 물놀이터, 이곳은 무료란다. 오전에 물놀이 오후에는 키즈카페 아이들은 유료 부모는 무료. 수도권에서의 사설키즈카페와도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데 가격의 겸손함은 저들을 감동하게 했다. 그리고 수승대 입구로부터 끝자락에 위치한 목재박물관 2층 어린이 실내 놀이터가 또 그 주역 중 하나였다. 마침 놀이터에는 우리 가족만 입장해서 우리 부부도 동심으로...6명의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재미나게 놀았다.

닷새가 지나, 다시 짐을 꾸려 저들은 부산 할머니 댁으로 이동했다. 다시 김천 구미KTX 역으로 배웅하러 갔다. 기차에 오르고 폭염을 마다 않고 즐겁게 놀고 먹고 자고를 함께 해주어서 고마웠다. 그리고 우주만큼 묵직한 이별 눈물이 흘렀다. 사랑이다. 그래서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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