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팝콘】매혹당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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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팝콘】매혹당한 사람들
  • 한들신문
  • 승인 2021.08.0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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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정 조합원

 

남북전쟁 3년 차인 1864년 버지니아주. 판스 워스 신학교인, 기숙학교에서 고립된 두 여선생과 다섯 명의 여학생들. 교장인 미스 마사(니콜 키드먼)를 위시해서 에드위나 선생(커스틴 던스트)과, 학생들은 이곳에서 자급자족하며 조용하게 살아간다. 숲속에서 버섯을 따던 에이미가 부상당한 북군인 존(콜린 파렐)을 발견한다. 우선 부상당한 다리를 치료해 아군인 남군에게 알리기로 한다. 음악실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점차 회복되지만 여자들은 그가 떠나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고립된 곳에서 단 한 명의 남성은 여성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기 충분하다. 게다가 부상병이 아닌가. 하나같이 그를 보살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음악실을 들락거리며 그의 관심이 오롯이 자신들에게 향하기를 바란다. 그들 사이에는 긴장감과 다툼이 일어난다. 고요했던 기숙사는 모종의 술렁임과 이상야릇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식사를 할 때도 기도를 할 때도 밭일을 할 때도 온통 이들의 관심은 음악실에서 기거하는 존에게 있다. 이들은 비록 부상자이긴 하지만 건장한 한 남성에게 매혹당한 것이다. 존은 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싫지도 않아서 모든 여자들에게 다정하다. 그 다정함 속에서 이 여자들은 전시에 억눌렸던 자신들의 욕망이 발현되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존은 에드위나 선생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취하면서 소극적인 그녀의 사랑을 얻어낸다. 그러던 중 존의 건강이 회복됨을 축하하는 작은 파티를 열게 되는데, 그날 밤 성숙한 알리시아(엘르 패닝)의 유혹에 넘어간 존 때문에 모든 설렘과 애정의 구도는 다 깨어져 버린다. 존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에드위나가 존을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다시 다리 부상을 입게 된 그의 다리를 마사 교장은 잘라버린다. 교장 자신의 방을 찾지 않은 그가 괘씸해서일까. 자신이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안 존은 분노를 폭발시키며 이 여자들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잔인한 횡포를 부리며 그녀들을 사갈시한다. 
  한 순간의 균형이 깨져버리자 그에 의해 매혹당한 자들은 그와 대치관계에 놓이게 되고, 그를 제거하려는 궁리를 하게 된다. 매혹과 끌림의 대상에서 공동으로 처단해야 하는 적의 자리로 가게 된 것이다. 
  스릴러물인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 고립된 이들의 심리 변화와 인간 본성의 단면들을 보여주면서 그 변화가 하나의 공포의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리메이크된 작품으로 보여준다. 소피아 감독은 <대부>, <지옥의 묵시록>등으로 유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이자 한때는 배우이기도 했다. 연기에 이렇다 할 재능이 없었던 그녀는 감독의 길을 걷게 되었고,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마리 앙투와 네트> 등을 만들면서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이 영화는 1966년 토머스 컬리던이 쓴 동명의 원작을 1971년에 돈 시켈 감독이 제작했으며 철저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졌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여성적인 시선으로 이 영화를 만들면서 여성들의 시각을 부각시켰다. 전쟁으로 억눌린 여성들의 욕망들이 펼쳐지고 부딪히는 상황들을 잘 그려냈다. 남성은 어쩌면 그녀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돈 시켈 감독의 작품과 소피아 감독의 작품을 번갈아 보면서 비교 분석하는 맛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킬 것이다. 전쟁 통에도 우아하게 잘 차려입은 여성들의 면면을 드러내며 소피아 특유의 예쁘게 만든 영화를 보여준다. 그녀는 이 영화로 2017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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