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들꽃 가득한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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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들꽃 가득한 요양병원
  • 한들신문
  • 승인 2021.10.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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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립노인요양병원 이기식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오늘따라 가을 하늘이 참 아름답습니다. 좌우로 보이는 나지막한 산에도 단풍이 찾아들어 수채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들신문 편집부의 요청으로 글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이과생으로서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용기를 내어서 요양병원과 치매,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거창에서 초, 중, 고를 졸업하고 거창에서 20여 년간 개인병원 운영하다가 운명 같은 이끌림에 의해 이곳 “거창군립 노인요양병원”에서 근무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나온 1년 동안 치매로 세월을 잃어버린 많은 어르신들을 만났으며, 그분들과 호흡하며 그분들의 담당의사, 아들, 손자가 되고자 많이 노력한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없기야 하겠습니까만은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젠 그분들이 들꽃처럼 보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쁜 그 들꽃들 말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겪었으며, 좌우의 이념 대립 속에서 많은 속울음을 삼키며 조국 근대화의 거름이 되신 후 젊음과 기억을 잃어버린 들꽃 같은 어르신들. 즐거웠던 기억보다 가슴 아팠던 시절을 더 많이 기억하시는 어르신들. 가족만을 사랑하시다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입원하신 어르신들. 이제 그 어르신들의 손을 여기에서 근무하는 우리가 꼭 잡아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계신 요양병원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요즘 석유와 전기로 운행되는 차를 하이브리드차라고 하던데 요양병원도 요양과 병원의 기능을 갖춘 하이브리형 기관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안정을 위한 요양도 하면서 질병에 대한 치료도 겸하는 곳이지요.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폐질환, 뇌경색, 파킨슨병 등)을 가지고 있으면서 불안감, 우울, 피해망상, 분노, 기억장애, 언어장애, 식이장애 등의 치매 증상으로 입원하신 어르신들에게 요양병원에서는 아래와 같은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세하게 열거하려면 끝이 없겠지만 간단하게 몇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요양 기능입니다. 기초적인 생활에 대한 보조 및 전적인 도움입니다. 많은 분들이 식사, 양치질, 세면, 화장실, 옷 입기 등의 일상적인 생활 능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둘째. 병원 기능입니다.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만성질환들에 대하여 처방, 치료를 합니다. 규칙적인 약 복용, 물리치료, 한방치료 등을 통해 만성질환의 악화 방지, 재활치료, 통증에 대한 관리를 합니다. 셋째 의식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중환자에 대한 집중치료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도움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다음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혼자서는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 쓸쓸하고 연약해 보여도 비바람과 혹한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들꽃처럼 보이지 않은가요? 계절에 밀려 사라졌다가 불사신처럼 계절의 손을 잡고 다시 피어나는 들꽃. 보아주는 이 없어도 꽃을 피워 산야를 밝히고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하는 들꽃들. 저에게는 이곳 요양병원에 누워계신 어르신들이 들꽃처럼 보입니다. 어떨 땐 들꽃 가시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었지만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들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별을 헤는 마음으로 들꽃들을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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